아파트 등 주택은 지금까지 부의 증대를 위한 ‘자산가치’가 중요시 돼 왔다면 지금은 ‘거주 가치’ 중심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114가 최근 내놓은 ‘수도권 주택거래 소비자의 아파트 선호요인과 수요자 특성분석’(최성헌 책임연구원)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주택에 대한 선호가치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수요자들은 과거 주택가격 인상 기대감, 조망 등의 프리미엄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지만 지금은 가격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자산가치) 기대감이 떨어지고 주거 편의성 등의 실용목적을 더 따지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아파트 등 주택가격의 하락을 촉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매수심리 위축→거래부진→주태가격 하락 등의 순환구조에 빠진 셈이다.

주택가격 하락은 현재 장기화 하는 특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강남 등 핵심지역의 가격이 하락해 주변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어 전체적인 수요자들의 매수심리 위축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아파트 구입, 자산가치 보다 실용목적 대변화

수도권 거주자 중 이사계획이 있는 거주자들은 이사 사유로 ‘실용적 목적’을 더 많이 꼽고 있다. 이들의 이사 사유로는 과거 배경이 됐던 ‘최초 내집마련’, ‘주거환경 쾌락’, ‘신규 아파트 입주’ 등이 줄어든 대신 ‘교통권 개선’, ‘우수학군’, ‘저렴한 주택 이사’ 등의 항목은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과거 높은 비중을 차지한 ‘주거환경 쾌적’ 항목이 최근 빠르게 비중이 감소하는 것이 시선을 끈다. 그만큼 주택 수요자들의 니즈가 다양화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114는 이에 대해 “이사 이유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아파트가 갖고 있는 가치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한 선택의 판단 기준이 됐다”며 “수요자별 상황에 따른 니즈가 증가하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고 밝혔다.

‘실거주 매수 목적’ 이유는 ‘교통권 개선’과 ‘학군고려’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최초 내집마련’, ‘규모확대’ 등의 목적은 역시 감소했다.

아파트 분양 청약 의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새 아파트 이사’를 위한 목적이 증가했다. 기타 다른 이유는 감소 추세라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새로 지은 깨끗한 아파트가 앞으로도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가격 부분은 특히 예민해진 선택기준이 됐다. 가격인상 가능성이 과거 절대가치로 여겨졌던 것이 이제는 남향집 및 조망권 등 보다 ‘저렴한 현재가격’이 선택 기준의 우선 고려사항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전에는 우수한 조망에 대해서는 주택수요자들이 충분한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구입할 의사를 강하게 보였었다.

부동산114는 판교 아파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역세권에 위치한 봇들마을 8단지가 상대적으로 판교 원마을 3&8729;5단지에 비해 분양가 대비 매매가가 더 많이 상승했다. 거주자도 고소득 직군 비중이 높고 소득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보다 현금이 좋다…가계저축 크게 증가

수도권 사람들의 부동산 수요 판단기준이 대전환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가계의 재무 특성도 큰 변화를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늘어나는 부채를 당연하게 치부했다. 대부분 담보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데 따른 영향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가계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부채 비중은 감소했다.

지난해 수도권 가계 자산은 평균 3억996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의 3억8045만원 대비 1916만원 증가했다. 지난 2010년에는 3억6848만원을 보여 최근 3년간 수도권 가계의 자산은 증가하는 추이를 보였다.

하지만 부채 비중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2010년 17.8%, 2011년 19.3%, 2012년 18.5% 등의 추이를 나타냈다. 작년은 전년 보다 0.8%p 소폭 감소했다. 굳이 빚을 늘려가면서 부동산 구입을 하지 않는 경향이 이 같은 자산과 부채 구성비를 나타내준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이 꺼지는 대신 저축자산이 증가하는 것 역시 주목 대상이다. 지난해 수도권 가계의 평균 저축액은 6300만원에 달해 4447만원이었던 2010년 대비 1853만원이나 증가했다. 가계의 재무전략이 실물자산 투자 보다는 큰 이익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금융자산을 선호한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와 가계부채에 대한 중압감이 가계재무 운용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 부동산114의 설명이다.

수도권 가계의 금융부채도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가계의 평균 금융부채는 4669만원이었지만 이는 2010년 4196만원에 비해 473만원 떨어진 액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질적인 금융부채를 줄이기 위한 가계의 자체 구조조정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심한 탓인지 주거 목적 이외의 부동산과 사업자금 대출은 감소추세를 보였다. 대출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한 부채의 조달보다는 가계에 필요한 용도로 대출을 활용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114는 변화된 가계의 특성으로 △금융저축의 증가 △현금흐름 관리 중요성 △거주목적 중심의 대출 활용 △금융부채에 대한 구조조정 등 4가지 특성으로 압축했다. 반면 과거의 가계들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축적 △자산가치 상승에 투자 △거주목적 외 대출활용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 등의 특성이 있었다.

주택 거래량·분양 물량·인구 추이 등 삼박자 효과

부동산 거래의 위축에 따른 가계의 변화는 크게 주택 거래량, 분양 아파트 물량, 인구 추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거래량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내리막을 계속하면서 최저점을 찍은 상태다. 지난해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27만여건에 아파트는 17만여건이었다. 이는 2006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분양 아파트 소진율도 수도권이 지방보다 낮을 정도로 부진이 심했다. 수도권 분양률은 2001~2007년까지만 해도 90%대를 기록했었으나 이후 70~80%대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인구의 전체 이동 건수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2001년 초반만 해도 70~80만 건에 이르던 이동건수가 이후 매년 하락하면서 지난해에 사상 처음으로 50만 건 이하로 줄어들었다. 인구 이동건수의 이 같은 감소는 주택수요를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조사결과 ‘이사 계획이 있다’고 한 수도권 거주자는 지난 2009년 31.6%에서 2012년 22.0%로 감소했다. 또 ‘매수 계획이 있다’고 한 거주자는 2009년 26.1%에서 2012년 13.2%로 감소했고, ‘분양 계획이 있다’는 거주자도 2009년 30.8%에서 12.1%로 크게 떨어졌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