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일진그룹 임원 인사는 일진디스플레이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승진자 10명 가운데 5명이 일진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사업부에서 나왔다. 심임수 일진디스플레이 사장(59)에게는 ‘6억불의 사나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1970년대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를 차용했다. 취임 4년 만에 적자 기업을 매출 6000억원(약 6억달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대표이사 취임 4주년을 앞두고 있는 심 사장은 경기도 평택 본사에서 한경 BIZ Insight와 인터뷰를 하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연착륙했고 성취감도 크다”며 “부품·소재를 중요시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그룹 문화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사장은 1979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해 LCD사업팀장(상무), MD사업부장(전무), PDP사업부장(부사장) 등을 지낸 뒤 2009년 3월 일진디스플레이 사장에 취임했다.

▷얼마 안 있으면 취임 4주년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300여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1800여명으로 늘어난 게 대표적입니다. 이런 때를 대비해 처음부터 경영에 두 가지를 염두에 뒀습니다. 제가 없어도 돌아가는 조직, 지속 성장하는 조직이 그것입니다. 4년을 거치며 이런 경영 원칙이 시스템으로 자리잡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한 덕분입니다.”

▷회사가 4년 만에 확 달라졌습니다.

“지난 4년간 회사가 급성장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지속 성장이 중요합니다. 모멘텀을 잘 활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스스로 모멘텀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과거를 잊는 것입니다. ‘왕년’만 얘기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작년 말 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임직원 모두가 ‘왕년을 잊겠다’고 다짐하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로운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겠지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대외비인데….(웃음) 스마트폰은 다른 제품군에 비해 주기가 짧은 편입니다. 제품 개발 대응력이 빨라야 하고, 예측을 잘하는 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이 생산해 불필요한 재고를 쌓아두게 되거나, 반대로 부족해서 경쟁사에 물량을 양보해야 합니다. 이런 모바일 비즈니스라는 ‘업(業)’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냥 시장 상황이 좋기 때문에 성장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수혜를 누린 기업이 너무나 제한적이지 않습니까.”

▷올해는 스마트 기기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에 쉬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되겠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우려가 큰 탓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데, 일진디스플레이가 어떤 고객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눈여겨봐야겠죠. 또 스마트폰과 함께 태블릿PC가 올해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일정 부분 성장한 이상, 글로벌 스마트 기기 제조회사들이 태블릿PC에 드라이브를 본격 걸지 않겠습니까. 태블릿PC 시장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성장이 확실시 됩니다.”

▷경쟁사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데요.

“좋은 방향인 게 일단 확인되면 다들 그곳으로 달려가게 마련입니다. 기술 차별화가 중요한 이유죠. 올해는 특히 터치스크린 제조 기술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는 신공법, 신기술 투자가 곧 마무리되고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입니다. 휘는 디스플레이 시대를 준비해온 지도 2년이 넘었습니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다른 부품들도 같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새입니다. 오긴 올 시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LED 사업부 전망은 어떻습니까.

“어려운 시기는 거의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엔 이익도 좀 났습니다. 한때 기업들이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사태가 빚어지고, 많은 기업이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보릿고개가 막바지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좋아질 것입니다.”

▷중·장기 비전은 뭡니까.

“항상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중기적으로는 1조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3년 전에는 2017년으로 예상했는데, 해마다 1년씩 당겨지고 있어 올해 기준으로 2015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룹에서 일진전기에 이어 두 번째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주춧돌을 놓을 작정입니다.”

평택=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