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침략 행위" 보고 누락한 혐의로 징역 2년

지난해 스웨덴과 벨라루스 사이에 심각한 외교분쟁을 촉발한 이른바 '언론 자유 수호' 곰인형 살포 사건의 여파가 해를 넘기고도 지속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최근 벨라루스 당국은 사건 당시 근무 중이던 한 국경 수비대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국가 '침략(invasion)'행위를 제때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이 수비대원은 벨라루스 내 최고 보안 등급 수준을 갖춘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7월 스웨덴 홍보회사 '스튜디오 토탈'(Studio Total) 대표 페르 크롬웰은 경비행기를 몰고 벨라루스 영공으로 들어와 수도 민스크에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곰 인형 800개를 뿌렸고, 이 사건은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이어졌다.

애초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정부는 크롬웰이 자신의 비행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자 말을 바꿨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관련자 엄벌을 경고하며 군에 사건 경위를 즉각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스웨덴 경비행기의 자국 영공 침입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당시 외무장관과 국경수비위원장, 공군사령관 등 책임자 3명을 해임했다.

당시 영상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한 벨라루스 언론인도 구금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이후 민스크 주재 스웨덴 대사 스테판 에릭손의 체류 허가증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국영방송을 통해 에릭손 대사가 벨라루스에서 불법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스웨덴은 이에 맞서 스톡홀롬 주재 벨라루스 대사에 활동 금지 명령을 내리고 외교관 2명을 추방 조치했다.

결국 벨라루스가 스웨덴 주재 자국 대사관을 철수한다고 밝히고 스웨덴도 자국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편 영국 런던 주재 벨라루스 대사관은 이번 경비대원 징역형 선고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웨덴인의 아기곰 인형 살포는 근 20년 가까이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온 루카셴코의 언론과 야당 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제앰네스티(AI) 벨라루스 지부 소속 헤더 맥길 연구원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2010년 대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이래 현지 인권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맥길 연구원은 "정부가 시위·집회와의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며 "단순한 의사표현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일인 시위조차도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하며 이에 따른 경찰력과 구급차, 뒤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벨라루스 당국의 선거 부정 및 야권 탄압 실태 등을 강력히 규탄하고 루카셴코 대통령 정권 인사에 제재를 하고 있다.

현재 루카셴코 대통령과 그의 두 아들을 포함해 230명에 달하는 벨라루스 인사들이 EU 입국금지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