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작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일본 자금으로 한국에 투자하려면 엔화를 달러나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가치 하락으로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직접투자 기상도가 흐린 반면, 일본에서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며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기업 회사채 수요는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일본인 직접투자 엔화 약세로 감소 전망

18일 지식경제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1년보다 18.9% 증가한 162억6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일본인 직접투자는 45억4천만달러(한화 약 4조9천억원 상당)로 개별 국가 중 단연 1위였다.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7.9%였다.

미국이 36억달러를 투자해 2위를 차지했고 중국(7억3천만달러)을 포함한 중화권은 40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011년만 해도 23억7천만달러로 2위였던 일본이 1년 만에 98.4% 늘리며 1위로 올라선 데에는 엔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

일본이 작년 4분기 엔화 약세 정책을 펼치기 전까지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일본 현지에서보다 싼값에 기업 지분을 취득하거나 공장을 지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다수의 일본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아드반테스트는 국내에 4천300만달러를 투자해 432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정유업체 JX일광일석은 4천220만 달러를 투자해 84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작년 4분기부터 엔화가 급속히 약세로 돌아서 올해 일본인 직접투자 규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작년에는 원화 약세, 엔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 일본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으나 11월 중순 이후 이런 경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자금 흐름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도 "일본 정부가 자국 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필요한 동남아시아 투자를 제외하고는 해외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외국인 직접투자에서 엔저 영향이 크진 않아 보인다.

엔저가 시작된 지난해 4분기 일본인 직접투자 규모는 12억4천만달러로 전분기(6억7천만달러)보다 늘었다.

◇ 사무라이 본드 투자 전망은 밝아져

일본의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일본인 직접투자 기상도는 흐려졌지만 사무라이 본드 발행 전망은 밝아졌다.

사무라이본드는 외국 정부나 기업이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이 채권은 일본의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최근 발행량이 늘고 있다.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2010년 1천713억엔에서 2011년 3천701억엔, 작년 3천177억엔으로 호조를 보였다.

올해 초에는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저 금리를 적용받으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일본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KT 지난달 23일 2년·3년·5년 만기로 나눈 사무라이 채권 300억엔 어치를 발행했다.

각각의 가산금리는 31bp(1bp=0.01%포인트), 43bp, 53bp로 확정됐다.

이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발행된 한국계 외화채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달 30일 30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채권 발행에 성공했는데 2년물의 가산금리는 50bp, 3년물은 60bp였다.

국제금융센터 임기현 연구원은 "아베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과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일본 내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올해도 지속적인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사무라이 채권 발행자들의 시장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기초여건(펀더멘털)이 좋아 투자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졌고 지난해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비교적 우수했기 때문이다.

일본인 투자자들은 2년 단기채권을 주로 발행하는 데서 벗어나 3년·5년물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갚을 돈이 적어지는 셈"이라며 "엔저가 지속되면 사무라이 본드 발행 유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박초롱 기자 witwit@yna.co.kr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