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8일 오전 5시14분

금융사들이 신용등급 A급 회사채의 ‘옥석 가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투자 기피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자 상대적으로 높아진 금리 매력이 부각돼서다. 일부 건설사 회사채에도 투자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우량 회사채 전반에 대한 신용경색 완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A급 건설사 회사채에도 투자자 ‘북적’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한 SK건설과 롯데건설 회사채는 지난해 9월 말 웅진홀딩스 사태 이후 발행된 건설회사채 중 가장 낮은 ‘미분양률’을 기록했다.

똑같이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결과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1900억원(95%)과 1400억원(70%)어치의 회사채를 사겠다고 최종 청약했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은 ‘A+’로 최근 기관들의 투자 기피가 심했던 영역이다.

이 같은 청약 실적은 초우량 건설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건설사 중 최고인 ‘AA-’ 등급을 보유한 GS건설이 지난 5일 모집한 38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최종 청약 실적은 970억원(26%)에 그쳤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의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3.99%와 연 3.76%로 GS건설의 연 3.54%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건강 및 미용 관련 상품을 유통하는 CJ올리브영 역시 ‘A-’로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 1350억원의 자금이 몰려 발행금액을 600억원으로 늘렸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A급 이하 채권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웅진홀딩스 사태 이후 3개월간 이어졌는데 최근 다소 소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지난해 말 취약 업종 신용등급을 집중 조정해 옥석을 가려낸 것도 일부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개선은 ‘아직’

최근 회사채 발행의 ‘흥행 성공’ 사례로 A급 회사채 전반이나 취약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기관투자가들이 꺼리는 기업은 여전히 금리를 크게 높여도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AA등급 우량 회사채와 A급 이하 회사채 간 금리 격차는 이달 들어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또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들의 경우엔 차환(재조달) 발행 자체가 어려워 유동성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6800억원의 회사채를 순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신용경색이 완화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일부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나 산업 전망이 긍정적인 업체에만 해당되는 제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