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을 계기로 지난해 공개된 교황청 내 부패 관련 문서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 문서에는 교황청 내부의 부패와 바티칸은행의 돈세탁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가 추진한 개혁이 반대 세력에 부딪쳐 무산되면서 교황의 자진 사임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해당 문서는 2006년부터 베네딕토 16세의 수행비서로 일해온 파올로 가브리엘레가 지난해 이탈리아 언론에 유출한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교황청의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자신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업체에 주요 일거리를 맡겼으며 계약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겼다. 수익을 위해 바티칸은행이 돈세탁에 동원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으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서 따온 ‘바티리크스(바티칸 문서 유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유출 문서는 또 ‘교황 성하’라는 책으로 출간돼 이탈리아 출판계에서 판매 순위 1위를 달리기도 했다.

WP는 2011년부터 시작된 반대파의 ‘교황 흔들기’에 대한 대응으로 문서가 유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반대파는 교황청 개혁을 주도하던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를 음해하는 내용의 기사를 이탈리아 언론에 싣는 방식으로 개혁파를 공격했다.

이에 따라 비가노 대주교는 2011년 8월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로 임명돼 교황청을 떠났다는 것이다. WP는 “차기 교황도 베네딕토 16세가 직면했던 것과 똑같은 개혁 과제를 맞아 좌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