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코스피 3000 시대 지름길…'뇌물과 부정부패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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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패도 지수 갈수록 퇴보…지도층 부패 청산해야 '제2 도약'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얼마 전 부패로 얼룩졌던 권력 주변 세력들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숨 고를 틈도 없이 각종 뇌물 사건도 이어졌다. 가뜩이나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옴에 따라 그 후유증도 증폭되고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는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현상’이 대표적이다.
한 나라의 뇌물과 부패 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 규제와 후진적인 정치 영향 탓에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rent)가 발생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 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하는 ‘지대추구형 사회(rent oriented society)’가 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등으로 최근 몇 년간 뇌물과 부패를 막기 위한 사회적 기반은 급속히 발전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 없이 부패 정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뇌물과 부패와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숨어 있다.
실제로 매년 ‘반(反)부패의 날’을 앞두고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의 부패도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초 발표된 CPI를 보면 조사 대상 175개국 가운데 한국은 45위를 차지해 2년 연속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세계 270개국 중 소득 규모로는 10위, 무역액 8위, 상장주식 시가총액 7위다. 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를 의미하는 ‘20K-50M’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경제 위상과 발전단계를 감안한 ‘한국의 부패도 지수는 사실상 최하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다. 동시에 관료의 질과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 정당의 자금 조달 형태, 국민 의식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 사건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각국의 부패도 지수와 성장률 간의 산포도(scatter diagram)를 그려보면 한 나라의 경제 성장과 증시 발전에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쁘게 나오지 않는다. 시장경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이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와 증시 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 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 성장과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고 하드웨어 면에서 이미 세계 10위권 이내에 진입한 국가가 뇌물과 부패 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거의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와 필리핀 등에서 경험한 바 있다. 작년 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세계 부동산과 증시 호조 속에 우리만 외톨이 현상을 보이는 것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라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처럼 뒤늦게 경제 발전에 참여한 국가들은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것이 전형적인 성장 경로다. 전자는 개발 초기에 생산 요소의 양적인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을, 후자는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를 이행하는 과도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 문제다.
예측기관들은 인터넷과 SNS 등이 빠르게 진화하고 부자국이 되면서 국민이 행복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 시스템을 꼽고 있다. 최근 몇 년간 CPI가 가장 낮은 북유럽 국가들이 유럽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는 국가로 꼽힌 점은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차기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도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하경제 정의는 다양하고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7% 정도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부터 척결해 ‘하면 된다(can do)’라는 정신을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뇌물과 부패도 자신에게 용인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각종 규제 및 조세 혜택과 같은 정책을 축소하되,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 나라의 뇌물과 부패 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 규제와 후진적인 정치 영향 탓에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rent)가 발생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 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하는 ‘지대추구형 사회(rent oriented society)’가 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 등으로 최근 몇 년간 뇌물과 부패를 막기 위한 사회적 기반은 급속히 발전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개도국 가릴 것 없이 부패 정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뇌물과 부패와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숨어 있다.
실제로 매년 ‘반(反)부패의 날’을 앞두고 독일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의 부패도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 초 발표된 CPI를 보면 조사 대상 175개국 가운데 한국은 45위를 차지해 2년 연속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세계 270개국 중 소득 규모로는 10위, 무역액 8위, 상장주식 시가총액 7위다. 1인당 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를 의미하는 ‘20K-50M’ 클럽에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가입했다. 경제 위상과 발전단계를 감안한 ‘한국의 부패도 지수는 사실상 최하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다. 동시에 관료의 질과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 정당의 자금 조달 형태, 국민 의식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 사건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각국의 부패도 지수와 성장률 간의 산포도(scatter diagram)를 그려보면 한 나라의 경제 성장과 증시 발전에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쁘게 나오지 않는다. 시장경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이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와 증시 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 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 성장과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고 하드웨어 면에서 이미 세계 10위권 이내에 진입한 국가가 뇌물과 부패 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경제 성장이 거의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와 필리핀 등에서 경험한 바 있다. 작년 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세계 부동산과 증시 호조 속에 우리만 외톨이 현상을 보이는 것을 계기로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라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한국처럼 뒤늦게 경제 발전에 참여한 국가들은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것이 전형적인 성장 경로다. 전자는 개발 초기에 생산 요소의 양적인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을, 후자는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를 이행하는 과도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 문제다.
예측기관들은 인터넷과 SNS 등이 빠르게 진화하고 부자국이 되면서 국민이 행복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 시스템을 꼽고 있다. 최근 몇 년간 CPI가 가장 낮은 북유럽 국가들이 유럽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는 국가로 꼽힌 점은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차기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지하경제 양성화도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지하경제 정의는 다양하고 어떤 방법으로, 그리고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27% 정도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런 만큼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부터 척결해 ‘하면 된다(can do)’라는 정신을 정착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떤 뇌물과 부패도 자신에게 용인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각종 규제 및 조세 혜택과 같은 정책을 축소하되,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