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세계 10위권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51·사진)는 1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3년 임기 동안 ‘완제품’을 만들 생각은 없다”며 “틀을 제대로 만들어 서울시향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어울리는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취임한 박 대표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삼성화재 고객관리 파트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 등으로 일했다. 공연계와 인연이 없으면서도 공모를 통해 서울시향 대표를 맡게 된 박 대표의 계획이 궁금했다.

“저의 1차적인 역할은 서울시향의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겁니다. 상장 금융사에서 기업공개(IR) 업무를 6~7년 정도 맡았는데 그때 어떤 식으로 내부 체계를 정비하고 바깥에 얘기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경험을 쌓았어요. 내부 체계를 정비하고 운영 계획을 확실하게 세운다면 서울시의 예산 배정이나 기업들의 후원을 구할 때 보다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겁니다.”

클래식과 인연이 없던 박 대표가 서울시향 대표를 맡게 된 데는 정명훈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처음엔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 감독을 만나 그의 순수함과 시향에 대한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런 분을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용 콘서트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공연 횟수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국내에서 음향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밖에 없다”며 “지금도 서울시향이 1년에 한 달 가까이 예술의전당을 쓰고 있어 대관 기간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향 연주회의 평균 유료 예매 비율이 92%에 이를 정도로 관객 수요는 증가했지만 정작 공연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무산됐다. 그는 “서울시에 클래식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박 시장도 공감했다”며 “서울시에서 공연장의 접근성과 비용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공연장 건축과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후임자가 오더라도 의사결정만 하면 추진할 수 있도록 계획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연주자 평가 등 음악과 관련된 부분은 정 감독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긴장감과 안정감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 감독의 말을 전하면서 “음악감독에게 단원 평가 권한을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향의 콘텐츠를 발전시켜 ‘클래식 한류’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시향에는 정 감독뿐 아니라 전은숙 상임작곡가, 성시연 부지휘자 등 세계적 인물들이 많다”며 “K팝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클래식계에서 서울시향이 한류를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