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교통수요 억제를 위해 대형 백화점 등 교통유발부담금 대상 시설에 대한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한다. 시가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교통유발부담금 제도에 대해 본격적인 개선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시의 기대처럼 도심 교통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많다.

◆교통 수요 감축 제도 전면 재정비

시는 도심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19개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 중 효과가 미미한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 개선계획’을 12일 발표했다.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이란 교통유발부담금을 내는 시설이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운영하면 부담금을 일정 비율까지 감면해 주는 제도다.

서울에서 교통유발부담금이 부과되는 시설은 백화점, 병원 등 총 1만3462곳(1월 말 기준)으로, 이 중 2704곳이 교통량 감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백호 서울시 교통정책관은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아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는 교통량을 많이 유발하는 시설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승용차 이용 제한, 시설 종사·이용자에게 각각 지급하는 대중교통 이용자 보조금 등 3개 프로그램은 폐지한다. 대신 교통혼잡 해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진 통근·셔틀버스를 운영하는 시설에 적용하는 교통유발부담금 감면비율은 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시는 상반기 중 조례 개정을 거쳐 늦어도 오는 8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혼잡통행료 도입 … “여론 수렴할 것”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교통유발부담금을 낸 시설은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10억8500만원을 냈다. 시의 감면 혜택 축소로 타임스퀘어는 올해부터 8824만원 늘어난 11억7300만원을 내야 한다. 부담금을 많이 내는 상위 10개 시설이 올해 더 내야 하는 부담금은 3000만~1억원 수준이다.

해당 시설이 예전처럼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선 주차장 면적 축소 및 승용차 부제 확대 등 지금보다 강력한 자발적인 교통수요 억제 대책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백화점 등이 세금 몇 천만원 때문에 방문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수단을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수요 억제를 위한 대대적인 개선”이라고 강조한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표를 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백 정책관은 “교통수요 억제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기업 쪽으로 책임을 넘겼다.

시는 이와 함께 강남 등 도심 진입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이달 중 혼잡 통행료 확대 등을 담은 ‘서울시 교통혼잡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백 정책관은 “혼잡통행료가 교통량 감축에 효과가 가장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혼잡통행료 도입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해 용역 결과를 본 후 공론 과정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통유발부담금

도심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원인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혼잡을 유발하는 시설물에 대해 부과하는 경제적 부담. 각 층 바닥면적의 합이 1000㎡ 이상인 시설물 대상으로, 연 1회 부과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