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프로축구 리그 경기에 이슬람 종교를 가진 체첸 국적의 선수가 출전하면서 인종·종교 차별 논쟁이 일 전망이다.

이스라엘 프로축구 명문팀 베이타르 예루살렘에 최근 입단한 이슬람교도 가브리엘 카디에프(19)는 지난 10일 예루살렘 테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계 아랍팀 브네이 사크닌과 홈 경기에 이적 후 첫 출전했다.

수비수 카디에프는 경찰관 500명 이상이 축구장 안팎에 배치된 삼엄한 경비 속에 80분간 경기장을 누볐다. 축구장에는 ‘폭력과 인종 차별? 우리 경기장에는 없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2-2 무승부로 끝난 이 경기는 베이타르 구단에서 의문의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이틀 뒤 치러진 것. 일부 과격한 베이타르 팬들이 당시 구단 훈련장을 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구단에 전시된 트로피와 기념품이 불에 타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구단이 체첸 출신 이슬람교도 선수 2명과 계약하자 홈 팬들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두 명의 입단이 확정된 지난달 이후 홈구장에서는 인종 차별도 더 심해졌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예루살렘 경찰 대변인은 축구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인종 차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검찰과 협력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구단에 입단한 또 다른 이슬람교도 축구 선수 자우르 사다예프(23)는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창단 7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타르는 이스라엘 프로 리그에서 6차례, 컵대회에서 7차례 우승한 전력이 있는 명문팀이다. 이 팀은 이스라엘 우파 조직과 강한 연대를 보이고 있고 집권당 리쿠드당과도 연계돼 있다.

하지만 2005년 등장한 극성 팬 클럽 ‘라 파밀리아’ 회원들의 과격한 언행으로 베이타르는 무관중 경기를 치르거나 승점이 삭감되는 일도 겪었다. 베이타르 극성 팬들은 평소 상대팀 선수를 향해 종교 차별적, 아랍계 비하 등의 구호를 외치지만 체첸 출신 선수 영입으로 구단과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