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고가 선박 수주 물량 감소로 조선사업부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일회성 손실이 반영된 탓이라고 풀이했다.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역시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정제마진 하락이 실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8% 급감한 543억원을 기록,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88.9% 밑돌았다.

또한 4분기 세전이익은 528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포스코 주식의 가치하락분에 대해 손상차손 3100억원을 인식했고 본사 그린에너지부문 유형자산에 대한 재평가로 850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는 주력사업인 조선사업부 적자와 자회사 현대오일뱅크 마진율 감소가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선가 하락폭 영향과 더딘 비조선 사업부 회복을 반영해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35.8% 하향 조정한 1조4265억원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조선부문 충당금 등 일회성 손실 3537억원, 기타영업외손실 6876억원 등이 어닝쇼크의 주 요인이며, 이를 제거할 경우 영업이익은 4080억원, 세전이익 5128억원으로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했다"면서도 "일회성으로 치부하기엔 아쉬움이 많은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사업부의 영업이률은 충당금 등을 제외해도 약 4% 수준에 불과해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엔진사업부 역시 영업이익률이 다시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플랜트·전기전자의 반등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증권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올해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2~3년전 수주한 선박이 올해 투입되기 때문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수주한 저선가선박이 올해 실적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고, 엔진·전기전자 등 비조선사업부의 업황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의 투자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쟁업체 대비 실망스런 수주와 영업실적으로 현대중공업의 신뢰성이 크게 추락했다"며 "올해 주가가 회복되려면 신뢰성 회복이 선행돼야 하는데 단기간에는 신뢰성을 높일 만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기 힘들어 투자시기도 2분기 이후로 늦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실적 기준 현대중공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1.0배로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여전히 낮아 상선 수주 증가로 도크가 채워질 때까지 주가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고, 매수 시점 역시 여전히 요원하다"면서 "도크가 충분히 채워진 후 선가가 반등하는 시점이 매수 시점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각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 하향에 나섰다. 동양증권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을 반영해 목표가를 27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췄고, 대우증권, KTB투자증권도 목표가를 내려잡았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실적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단기 반등은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상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실망감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판단한다"며 "추세적인 상승전환은 아직 시기상조이지만 현재 주가수준에서는 단기적인 트레이딩(단기매매) 추천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