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국가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한국인 어머니가 국제 화상 재판을 통해 3년 만에 피해 배상을 받게 됐다. 1991년 국제형사사법공조법 제정 이후 국내 최초의 화상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부장검사 이성희)는 한·코스타리카 간 진행된 국제 화상 재판에서 코스타리카 검찰과 가해자 A씨(캐나다·66·여)가 징역 3년(집행유예 3년), 합의금 2만달러에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11월 코스타리카에서 어머니 B씨와 함께 등교 중이던 김모양(당시 6세)을 차로 친 후 도주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남편의 근무지인 중미 코스타리카에 살던 B씨는 딸을 등교시키던 중 A씨가 몰던 차량에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A씨는 그대로 도주했고 딸은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그는 현지에서 ‘교통 치사’ 혐의로 입건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 혐의를 부인해 재판이 3년 넘게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코스타리카 당국에서 우리 법무부에 사법공조 요청서를 보내오면서 유족에게 희망이 생겼다. 화상 재판을 통해 유족이 형사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설 수 있게 된 것. 이후 지난달 29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28일 오후 4시30분) 사고 목격자인 B씨 등 유족 4명은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스페인어 통역을 두고 화상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그동안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이 유족의 얼굴을 본 뒤 범행을 자백하고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는 범죄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해 국가 간 증거 수집 및 진술 확보 등을 공조하는 제도로, 현재 한국의 공조 대상은 73개국이다. 코스타리카와는 정식으로 형사사법공조 조약을 맺진 않았으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공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