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7급 공무원' 으로 뽑는다
변호사 몸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기업에선 과장이나 대리급이 아닌 평사원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공무원 채용 직급도 종래 5급 사무관에서 두 직급이나 낮은 7급 주사보로까지 내려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선 이러다가는 공직 채용 직급이 8, 9급까지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는 ‘2013년 공무원 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 1명씩을 행정 7급으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인천시 등에서 변호사를 6급 주무관으로 뽑은 데 이어 1년 만에 변호사 대우가 또 한 단계 내려간 것이다. 변호사 7급 공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부산시가 처음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정에서 법무담당 인원이 많이 필요한데 로스쿨 졸업자 배출에 따른 변호사 수 증가로 직급과 대우에 대한 기준이 낮아졌다”며 “그래도 지원자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시는 올해 시행으로 효과가 있으면 내년부터는 변호사 공무원 인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행정 7급의 임금 수준은 임용 첫해 기본급이 월 151만7000원, 수당 상여금 성과급을 포함하면 연봉이 2500만원가량 된다. 부산시가 지난해 법무담당관실 송무계장(5급)으로 채용한 변호사 연봉(5000만원 정도)의 절반 수준이다. 부산시의 채용 시험 방식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임용 규정에 따라 필기시험을 통해 선발할지, 경력만 보고 선발할지 고심 중이다.

일반 행정공무원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지원자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종시가 ‘전임계약직 나급’에 해당하는 6급 주무관 채용 공고를 내자 변호사 10명이 원서를 냈다. 국가인권위 6급 변호사 공채 때는 2명 채용에 56명이 지원, 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시 측은 사법시험 출신보다는 로스쿨 변호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변호사 수가 1만2000명이 넘는 데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만도 매년 1500명가량 쏟아질 예정이어서 취업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인권위의 6급 공무원 채용공고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로스쿨과 변호사들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변호사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는 반면 다양한 분야에서 변호사들의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백윤기 아주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 4년에 대학원 과정 3년을 거친 로스쿨 출신을 학부 졸업자들이 주로 응시하는 7급 공무원으로 채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로스쿨 출신인 김상률 변호사는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추자는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에도 맞고, 지자체의 부담을 낮춰 사회 진출 기회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처우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