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표결 전까지 후보를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통합당은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거부한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당 내부에서는 표결과 자진사퇴 주장이 혼재돼 있다. 이에 따라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진 사퇴도 깊이 고민했지만 지금 이런 상태에서 사퇴하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사실인 양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그래서 법적 절차(국회 표결)를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공직 사회의 잘못된 관행에 따랐던 것으로 거듭 사과드리지만 한 개인이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게 타당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재임 6년 동안 받았던 특정업무경비 3억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6일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에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국민의 판단”이라며 “더 이상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다소 복잡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 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 각자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표결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그는 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당 소속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자진 사퇴는 도리가 아니다”며 이 후보자를 감싸기도 했다.

그러나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표결이 원칙이긴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