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그림 등을 3차원(3D) 입체화면으로 바꿔 즐길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낙서나 그림을 디지털화해 3D로 구현하고, 이를 디스플레이 밖의 가상공간으로 옮길 수 있는 ‘디지털 그라피티 캔버스’ 기술을 아큐픽스와 함께 개발했다고 6일 발표했다.

그라피티는 벽이나 화면 등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이 기술은 3D 화면을 볼 수 있는 안경 디스플레이(EGD)를 쓰고 특수 제작된 스프레이를 뿌리면 낙서나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예컨대 모니터에 나비 형태의 모습이 등장하면 직접 스프레이로 나비를 그려보며 꾸밀 수 있다. 3D 안경 디스플레이를 쓰고 화면을 터치하면 나비가 사용자의 시선에 따라 움직인다.

ETRI가 선보인 안경 디스플레이는 3D 화면을 볼 수 있는 편광필터 안경에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접목했다. 외부 3D 화면을 감상하면서 안경 속 LCD를 통해 부가적인 콘텐츠 정보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영상출력 용도로만 제한된 외국산 제품과 달리 주변의 다른 3D 디스플레이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할 수 있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무게는 100g이며 SXGA(1280×1024)급 고해상도 입체 영상을 지원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시관을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고, 교육현장과 테마파크 등에서 생동감 있는 체험교육이나 가상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TRI는 입체감 확장기술을 통해 더 실감나는 4D 콘텐츠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4D 콘텐츠는 입체적인 시각 효과가 있는 3D 영상에 물리적인 효과를 가미한 콘텐츠를 말한다. 공룡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터치하면 공룡이 뒤로 물러나고 눈앞에 다가온 물방울을 만지면 물방울이 터진다.

ETRI는 이 연구 결과를 12편의 국제논문에 발표하고 국내외 특허 26건을 출원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체에 기술 이전도 완료했다. 오는 4월 문을 여는 국립과천과학관 ‘스페이스 월드관’에 이 기술을 적용한 우주체험 시스템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길행 ETRI 융복합콘텐츠연구부장은 “단순히 보고 듣는 콘텐츠를 넘어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실감 체험이 가능한 4D 콘텐츠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TRI는 3D 체험형 콘텐츠 관련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7년 31억8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