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상품 중에서 수수료를 나중에 떼는 ‘사업비 후취형’ 개인연금이 선보일 전망이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가입자와 보험 계약을 맺은 뒤 일정 기간 수수료를 먼저 떼는 관행을 고수해 왔다.

사업비 후취형 연금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KDB생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험료에서 수수료를 먼저 뗄 경우 원금이 작아지기 때문에 고객들의 초기 환급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총 적립금에서 일정 수수료를 차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될 경우 다음달 말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사업비 선취형 방식을 고집해온 것은 보험설계사에 대한 모집 수당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서 월 1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받으면 그 다음달 설계사에게 30만~40만원을 수당으로 선지급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가 연금 계약 후 몇 개월 내에 해지하면 원금 대비 20~30%를 건지기도 어려웠다.

KDB생명이 개발 중인 연금저축 상품은 신계약비(계약 체결 비용) 중 모집 수당을 없앴다. 하지만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을 어떻게 부과할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은행의 연금신탁과 같은 후취형 상품은 적립금이 많이 쌓이는 노후에 고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때문에 기존 수수료 차감 방식을 일부 혼용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1년 내 해지 환급률을 96%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투자형 보험 상품인 변액보험에서도 사업비 후취형 상품이 나올 수 있도록 보험업계를 독려하고 있다. 변액보험은 납입보험료의 10~15%를 신계약비 명목으로 우선 차감한 뒤 85~90%의 저축보험료만 적립해 특별계정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소비자가 변액보험에 가입한 뒤 수년 내 해약하면 주가가 올랐더라도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