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이 절세형 상품으로 몰려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연 4000만원 소득자에서 2000만원 이상 소득을 가진 자로 변경된 탓이 크다. 종전에는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매달 333만원 이상 금융 소득이 있어야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매달 167만원 이상 소득이 있으면 종합과세에 걸리지 않을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프라이빗뱅킹(PB) 관계자들은 “저금리에 과세 강화까지 겹치면서 자산가들이 돈을 불리는 것보다 번 돈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자나 투자수익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한 상품에 투자하고, 수익을 지키기 위해 ‘세테크’를 하는 데 더 노력한다는 얘기다. 종합과세 폭탄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과세 상품이나 분리과세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나은행 신탁부의 도움을 받아 절세형 상품들에 대해 알아봤다.

◆세금우대저축·생계형저축

절세를 위한 첫걸음은 세금우대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것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은 만 20세 이상 1인당 1000만원, 만 60세 이상이라면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원래는 이자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세금우대저축에 가입하면 9.5%만 내도 된다. 1년 이상 상품에 한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또 만 60세 이상이라면 정기예금이나 적금 등의 상품에 투자할 때 생계형 저축으로 가입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생계형 저축에 가입하면 같은 상품일지라도 이자에 대한 세금(15.4%)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지역농수협과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서는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농어촌특별세(1.4%)만 세금을 내면 되는 비과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조합원으로서 출자하는 자금에 대해서도 1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간혹 ‘4000만원까지 비과세’라는 광고를 하는 조합들이 있는데 이는 출자금 1000만원을 포함한 것이다. 모든 상호금융을 통틀어 3000만원까지만 비과세이므로 여러 곳에 들어서 중복 혜택을 받는 것은 어렵다.

◆브라질 국채

브라질 국채는 2011년까지 큰 인기를 끌다가 작년에는 다소 인기가 주춤했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가 급락해서 환손실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산가들은 다시 ‘비과세’ 장점이 큰 브라질 채권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브라질 채권이 비과세인 이유는 한국과 브라질 간에 체결한 조세 협약이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환차익을 모두 과세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는 표면금리가 연 10%에 이르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다만 브라질 정부가 한때 도입한 토빈세(6%)를 도입한 것이 단점이다. 토빈세는 환전과정에서 전체 투자금액의 6%를 한 번에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투자기간이 얼마든 한 번만 내면 된다. 따라서 단기 투자자보다는 장기 투자가 세금 측면에서 덜 불리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브라질은 평균 연 5%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라며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가 예정돼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첫주 23억원가량 팔렸던 브라질채권이 매주 가파른 매출 상승을 보이더니 1월 셋째주에는 무려 15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이후 3개월이 채 안 된 기간에 브라질채권 누적 판매량은 815억원에 달했다.

◆물가연동국채·장기채

물가연동 국채도 절세를 원하는 자산가들에게 고전적인 투자 대상이다. 원금이 물가에 따라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고(2014년 발행분까지), 이자소득은 다른 금융소득과 분리과세(2012년 발행분까지)되기 때문에 종합과세 대상자들에게 특히 인기다.

이 상품은 절세 혜택 외에도 실질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플레이션 헤지’라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도 있는데, 물가상승률이 수익률에 반영되기 때문에 실질 구매력이 보장된다. 또 물가상승 수준에 따라 추가 수익도 내다볼 수 있다.

내년 발행분부터는 원금 상승분에 대해서도 과세되기 때문에 그 전에 이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작년 12월 KDB대우증권의 물가연동국채 판매액은 150억원이었는데 지난달에는 250억원으로 늘어났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도 분리과세로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국민주택채권 등 국내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어 관련 신탁을 별도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이자지급식 상품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자나 투자수익을 ‘얼마나’ 받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받느냐도 그만큼 중요하게 됐다. 예컨대 3년 만기 상품에 투자할 경우, 3년치 투자 수익을 한 해에 한꺼번에 받게 되면 평소에는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도 갑자기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애써 투자한 수익을 결실도 보기 전에 세금으로 내게 되면 억울하게 마련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월 이자지급식 상품으로 돌릴 경우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을 분산(과표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월 이자지급식 ELS ELT 등의 상품이 여기 해당한다.

KDB대우증권은 월 지급식 ELS 판매액이 작년 10월 275억원에서 올 1월에는 29일까지 836억원으로 급등했다. 하나대투증권은 작년 10~12월 ELS 1회당 평균 모집액이 10억원 정도였으나 1월 들어서는 20억원으로 불어났다. 신한금융투자의 작년 월평균 ELS 발행액은 416억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523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매달 쿠폰을 지급하는 형태의 상품은 수익을 그때그때 빼가기 때문에 원금 손실 위험에 덜 노출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해외 자원개발 펀드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상품 중에도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부는 석유 석탄 등 자원개발 펀드에 투자할 경우 내년 말까지 지급분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유전펀드를 시장에서 사들이는 식으로 운용하는 유전펀드랩이 그런 예다. 액면가 3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 5.5%,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 15.4%를 적용하는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모집한 유전펀드 ‘한국투자 패러랠(Parallel) 유전 해외자원개발펀드’에는 4000억원 목표금액에 9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하지만 이 모든 ‘세테크’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자는 것이 목표다. 달리 말하면 약간의 세금 혜택을 기대하고자 당초 예상보다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일부 상품의 경우 환손실이나 가격 변동으로 세금 혜택을 보기는커녕 원금이 깎일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