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주축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건설에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5일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지원으로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단기 관점에서는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투자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요인이 발생했고, 중장기 주가 향배는 두산건설 재무 위험 해소 여부 등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두산건설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은 5716억원 상당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부문 현물출자와 3055억원 규모 현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두산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전문가들은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참여와 사업양수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해 약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이 현금을 포함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총 8771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된다"며 "약 1500억원 상당의 논현동 사옥 유동화 등 자구안을 포함해 총 1조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돼 유동성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두산건설이 올해 도래하는 회사채 6256억원,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6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 리스크의 핵심이던 일산 제니스 현장과 미착공 현장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1~2년간 두산건설의 유동성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두산건설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다소 경감되면서 두산중공업의 단기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다만 증권사들은 두산건설 자금 지원 부담 등을 반영해 두산중공업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이 목표주가를 종전 6만3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내려잡았고, 대우증권, 한화증권 등도 목표가 하향에 동참했다.

아울러 당분간 두산중공업 주가는 두산건설의 재무리스크 해소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 주가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10% 하락했기 때문에 자금지원 충격은 대체로 반영됐고,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횡보하다 두산건설의 전반적인 자구계획, 두산중공업의 수주모멘텀을 근거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급한 투자판단을 내리기보다 상황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 있다고 이 연구원은 당부했다.

박민 연구원은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던 두산건설 리스크가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주가 반등은 가능할 것"면서도 "대규모 현금성자산의 자회사 이전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1.4배인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수준을 감안하면 주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