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AC 밀란 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전 경기가 예정돼 있던 시간,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가짜 클래식 콘서트를 열었다. 인기 축구 클럽팀의 경기여서 유럽인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을 때였지만 주최 측의 의뢰를 받고 어쩔 수 없이 1000여명의 사람들이 행사장에 몰려들었다. 콘서트 시작과 함께 연주자들이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을 연주하자 곧바로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의 경기 장면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스크린에는 하이네켄 로고가 단 한 번 등장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당시 이벤트 영상은 언론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참석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마케팅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말한 것은 일본 최대 캐주얼 의류업체인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사장이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 역시 기업의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아직 경기 회복의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요즘 마케팅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예컨대 최근 주요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청바지 회사로 유명한 리바이스는 호주에서 6주간 트위터를 이용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모델이 호주의 거리를 거닐며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팔로어들에게 알려주고, 모델을 발견한 사람들에게 바지를 벗어줬다. 이 이벤트에 참여한 팔로어는 30만명에 달했다.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 15회를 맞은 한경마케팅대상은 날로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 모범적이고 우수한 마케팅 혁신 사례를 펼친 기업들이 총 망라돼 있다.

심사위원단은 ‘마케팅 성과’와 ‘마케팅 가치’를 심사 기준으로 삼아 성공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모두 21개 수상 기업과 기관 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우수한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경마케팅대상에 수년 연속 수상한 업체들도 눈에 띈다. 이들 기업은 고객들이 상품과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브랜드 마케팅을 꾸준히 벌였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업마케팅(CI) 부문에서 상을 받아 9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롯데홈쇼핑은 사회공헌 부문에서 8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모바일신제품 부문에 선정돼 6년 연속 수상 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이 혁신제품 부문을 통해 마켓프론티어 부문에서 수상하는 하림과 함께 4년 연속 대상을 받는다. 또 비씨카드(공익연계마케팅 부문), 유진크레베스(글로벌사회공헌 부문), 스타벅스커피코리아(재능기부 부문)가 각각 2년 연속 수상을 이어갔다.

이 밖에 오뚜기(제품가치전략) 세라젬로하스(고객만족) NH농협증권(금융신제품) 숭실사이버대학교(콘텐츠마케팅) 그린알로에(명품브랜드) 키친아트(브랜드마케팅) 한국관광공사(브랜드전략) 현대엠엔소프트(CI마케팅) 윌스기념병원(전문의료마케팅) 예금보험공사(공익캠페인) 한국남동발전(상생협력마케팅) 등이 각 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의 학술공헌상은 유창조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받았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