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당선인이 하겠다는데…미국이 왜 참견하나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업무를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기로 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침에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통상전문잡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지난 1일 “미국 업계 대표들이 외교와 통상을 분리하는 박근혜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신중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풀이하고 있다.

한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인 미국의 속내가 자칫 ‘참견’으로 비칠 경우 양국 간 미묘한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잡지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외교와 통상 분리가 가져올 두 가지 우려를 전했다. 우선 기존의 숙련된 통상인력의 누수가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 외교부의 통상 전문인력이 새로 출범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이동하기보다 외교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외교부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발효 1년을 맞이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 간에는 투자자국가소송(ISD)제도 재협상, 소고기 수입확대 등 통상현안이 적지 않다.

더욱이 미국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최대 통상과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 측 협상 파트너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미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말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 참석했던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차관보)도 사석에서 “한국의 통상조직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틀러는 한·미 FTA 협상 때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

이 잡지는 또 산업 위주의 통상기능 조정은 그동안 적극 추진해온 한국의 무역자유화 노력이 약화될 것이란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업계 대표들은 자신들의 우려 섞인 반대 의견 표시를 조용하게 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와 출범 초기부터 소원해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 간 아직 통상 현안이 적지 않기 때문에 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배 놔라, 감 놔라 식의 직접적인 코멘트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에서 한국의 통상 기능 개편에 대해 반대 기류가 있다면 그것은 USTR 조직 내의 일부 의견일 것”이라며 “국회 법 개정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STR도 통폐합될 뻔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월 USTR과 수출입은행, 해외민간투자공사, 중소기업청, 상무부의 무역 관련 부서 등을 통폐합해 ‘무역통합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시대에 뒤진 관료주의를 풀어내고 수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회가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USTR 대표를 지낸 미키 캔터는 “무역을 진흥하는 것(상무부 업무)과 무역협정을 이행하는 것(USTR 업무)은 분명히 다른 영역”이라며 USTR 통폐합을 반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