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GPS 켠 개미, ETF로 맹렬히 이동
국내 주식형펀드와 코스닥시장에서 이탈한 개미들이 코스피200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유가증권시장 우량주로 몰리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성과 부진에 실망한 개인들이 단기 하락한 삼성전자 기아차 등 국내 대표 수출주와 이들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TF·우량주 직접투자 늘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지난달 ETF를 총 4432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5월(4767억원) 이후 월간 최대 순매수 금액이다. 개인들은 지난해 11~12월에는 총 3791억원어치 ETF를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지난달 총 1조76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1조8884억원)을 연기금과 함께 받아냈다. 개인은 지난해 12월엔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3조2821억원어치 팔았고 11월에도 1조191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들은 그러나 지난달 국내 주식형펀드와 코스닥시장에선 돈을 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선 총 8359억원이 순유출됐다. 최근 4주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실망한 개인들이 돈을 빼 ETF나 유가증권시장 우량주 직접투자에 나선 것이다. 성수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ETF를 사서 12월 코스피지수 상승 랠리 때 차익을 실현한 개인들이 다시 ETF를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선 513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기업 실적 악화 영향으로 향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들이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률 GPS 켠 개미, ETF로 맹렬히 이동

○한국·중국 지수형 ETF에 적극 투자

ETF의 경우 개미들은 조선·건설 등 특정 업종 수익률을 따라가는 ‘섹터ETF’보다 코스피200지수나 중국 CSI300지수 등의 등락률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지수형 ETF’에 주로 투자했다. 코스피200지수나 중국 지수의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코스피200지수 하루 등락률의 2배로 수익과 손실을 내는 레버리지ETF의 인기가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에는 ‘KODEX 레버리지’(4283억원), ‘TIGER200’(930억원), ‘KODEX200’(372억원), ‘KINDEX 중국본토 CSI300’(336억원), ‘TIGER 레버리지’(300억원), ‘KODEX 차이나 A50’(198억원) 등이 포함됐다. 성 연구원은 “상장사 실적을 토대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지수 방향성만 예측해 투자하는 지수형 ETF에 개인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며 “중국 지수형 ETF로는 중국 소비재 ETF에 들어가 있던 돈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우량주 저가매수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인들이 삼성전자(8335억원) 기아차(3747억원) SK하이닉스(2012억원) 현대위아(1893억원) 현대차(1840억원) 등 올 들어 하락폭이 컸던 수출주를 저가매수했다. 개인들이 낙폭이 컸던 우량 대형주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패턴과 관련해 개인들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악화로 대형주는 당분간 강한 상승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라며 “최소한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지나야 대형주가 상승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