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시신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와 외부 세력들이 지난해 말 목숨을 끊은 조합원 최강서 씨 시신을 영도조선소로 가져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너 등 위험물을 회사 내로 반입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주말 금속노조 조합원 1200여명이 영도조선소를 집단 방문하겠다고 밝혀 농성 장기화와 함께 불상사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우려된다.

1일 오후 부산 봉래동 영도조선소 안과 건물 입구.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노조원들은 사흘째 최씨의 관을 조선소에 안치하고 시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의 관이 있는 공장 안 광장에는 장기농성을 위한 천막이 설치됐다. 시너 5통(18ℓ)과 쇠파이프 40여개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회사 측이 최씨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손해배상 소송 158억원을 취소하지 않는다면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또 2일 오후 2시 금속노조 조합원 등 1200여명이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한진중공업을 방문, 3일 낮 12시까지 집회를 하겠다고 밝혀 주말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금속노조 관계자들만 1200명 이상 참석할 것으로 본다”며 “노사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시신을 앞세우고 회사 안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노사 갈등으로 회사 측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이날도 작업을 중단했다. 금속노조가 공장 입구를 점거해 출퇴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장례가 무기한 연기되고 4년 만에 기대하던 수주가 무산되면 조만간 일감이 떨어져 대규모 휴업사태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며 “시위자들은 회사 밖으로 나와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자”고 촉구했다. 한진중 교섭단체 노조는 “시신 주변 집회에는 한진중 조합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모두 외부단체 사람들뿐인 시신 투쟁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손배소 문제와 유가족 대책 문제는 회사 측과 협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일터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극단투쟁을 벌이는 것을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