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2011년 코웰이홀딩스에 이어 한국 증시에 상장한 ‘1호 외국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이라면 ‘색안경’을 쓰고 제대로 된 평가를 안 해주는 탓에 상장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주당 1200원에 공개매수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노드디지탈은 2월28일까지 보통주 3066만2133주(50.94%)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지분을 100%로 늘려 자진 상장폐지를 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3노드디지탈은 이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3노드디지탈 대주주인 류즈슝 회장은 자신이 지분 99%를 보유한 홍콩계 투자법인 3노드인베스트먼트를 내세워 주당 1200원에 남은 주식을 다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전체 공개매수 비용은 2007년 상장 당시 공모했던 자금(약 300억원)보다 많은 380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공개매수 응모율과 관계없이 신청한 주식 모두를 사줄 예정이다. 3노드디지탈은 한국에서 상장폐지를 완료한 뒤 다른 아시아 국가에 재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모가 웃도는 곳은 1곳 불과

3노드디지탈이 자진 상장폐지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중국 기업의 만성적인 주가 할인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란 게 증권업계의 해석이다.

3노드디지탈은 상장 이후 성장을 거듭해왔다. 상장 직전해인 2006년 48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1년 3190억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영업적자를 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공모가(25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내려 앉았다.

2007년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한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중 현재 남아있는 곳은 13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경우는 중국식품포장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상장 직후 회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중국고섬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사업이 탄탄하고 실적도 잘 나오는 일부 우량기업마저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증시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게 상당수 중국 기업들의 불만이다.

완리인터내셔널 차이나킹 에스앤씨엔진 등은 상장 이후 실적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3노드디지탈과 비슷하게 주가는 내리막을 걸어 왔다. 중국 기업 IR 대행사인 밸류씨앤아이의 박인석 이사는 “중국 기업의 주된 상장목적은 자금조달인데 상장하고 나서는 주가가 좋지 않아 사실상 추가 자금조달이 힘든 경우가 많다”며 “굳이 상장을 유지할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조달 힘들자 해외 시장 노크

한국 증시에서 자본조달이 힘들어지자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해외 자본시장을 노크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코웰이홀딩스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에 카메라 모듈을 납품 중인 코웰이홀딩스는 2011년 한국 증시에서 떠난 이후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원양자원도 한때 홍콩시장에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는 형태로 2차 상장을 타진했다가 접은 바 있다. 코스닥의 에스앤씨엔진은 미국과 대만 증시 재상장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조진형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