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업체들이 사활을 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가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 한국가구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국내 가구 시장 규모는 8조2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에 비해 17.5% 줄어든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글로벌 1위 가구업체인 스웨덴 이케아가 내년 국내 시장 상륙을 예고한 상태다.

국내 1, 2위 가구업체 한샘리바트는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두 회사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온라인 시장에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두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B2C 시장 비중 확대로 극복

1970년 부엌가구 전문업체로 출발한 한샘은 입식 부엌의 개념조차 없던 국내에 새로운 현대식 부엌을 소개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1997년 이후엔 침실, 거실 등 주택 내 여러 공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인테리어 가구부문에서도 1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장기적인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2007~2008년 성장이 정체됐다. 건설사에 부엌가구를 공급하는 특판과 자재 부문의 매출 비중이 높아 건설경기에 민감했던 것. 하지만 2009년 이후 B2C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한샘의 B2C 비중은 2008년 68%에 불과했지만 2011년엔 79%로 늘어났다.

한샘이 운영하고 있는 플래그숍(회사 콘셉트를 잘 구현해놓은 대형 직영매장)은 잠실점, 부산센텀점 등 5개.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의 경우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광명시 교외에서 창고형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접근성이 좋은 도심을 중심으로 전문영업사원 등을 배치해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엌가구 대형전시장인 ‘한샘키친바흐전시장’은 11개, 부엌가구 대리점인 ‘한샘키친프라자’는 200개에 달한다.

리바트도 B2C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건설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 회사는 1977년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종합목재로 출범했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 종업원지주회사로 분리 독립했다. 그 후 11년 만인 2011년 현대백화점 계열사로 편입됐다.

리바트는 그동안 건설사의 신규주택에 대량으로 가구를 납품하는 특판 시장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직영점 확대와 백화점 입점을 통해 시판 매출을 전체의 20%에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종합 인테리어 제품을 갖춘 대형 직영전시장을 논현, 목동, 대전, 광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에서도 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 일반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의 20%가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는 국내 가구 업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온라인 가구 시장을 잡아라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직접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20% 정도 저렴하고 구매 방법도 간편해 이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가구 시장은 2011년 1조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조원으로 증가했다.

한샘은 자체 운영 쇼핑몰 ‘한샘몰’을 운영하며 온라인 유통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2008년 온라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 만에 4배가량 성장해 2011년엔 7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30평형대에 거주하는 20~30대를 위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인 덕분이다.

리바트 역시 지난해 기존 개별 온라인몰을 통합한 ‘리바트몰’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로 온라인 주방가구 브랜드 ‘케이티오’와 온라인 디자인 사무가구 브랜드 ‘하움’을 열었다. 리바트 측은 “케이티오의 경우 지난해 5월 론칭 이후 매달 30%가량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샘은 중국, 리바트는 중동

두 업체 모두 국내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 한샘은 중국, 리바트는 중동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샘은 1996년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2004년엔 현지공장을 세웠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선 소춘애 중국 법인장을 1년 만에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현지인을 법인장에 기용하는 파격적인 전략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 중국과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이 비슷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구 디자인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리바트는 중동, 동남아 등으로 적극 진출해 현재 7% 정도인 해외매출 비중을 2015년까지 30%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중동 지역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 현지 업체와 합작해 자체 생산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