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성한 씨(45)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은행 예금 2억원을 찾아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이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에 모두 넣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강화에 따른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해 은행 예금이나 적금에서 이탈 중인 자금이 신탁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들은 절세를 이유로 예·적금을 빼는 고객을 잡기 위해 맞춤형 금전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금전신탁 잔액은 올 들어 4조6935억원 불어 총 114조2493억원(1월22일 기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중 1조3706억원 줄었던 금전신탁 판매액이 연초부터 급증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 증가액은 전년 동기 증가액 2조4888억원의 1.8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은행 총예금이 1조2503억원 줄어든 것과도 뚜렷이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금전신탁의 인기는 예금 이자소득을 줄여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신탁계좌의 자금을 채권 주식 등 세금을 덜 내는 상품에 운용함으로써 과세 대상인 이자소득을 낮추면서 동시에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영배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물가 상승에 따른 원금 상승분에 대해 비과세하는 물가연동국채, 이자소득과 매매차익 및 환차익 비과세 혜택이 있는 브라질국채, 환차익을 비과세하는 딤섬채권 등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금전신탁 상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은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할 수 없는 은행이 ELS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만든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적금에서 이탈하는 고객을 증권 보험 등에 뺏기지 않기 위해 신탁상품의 혜택도 늘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연 2%이던 ‘하나스마트신탁’의 보수율을 내달부터 최저 연 1%까지 낮추기로 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예·적금에 비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도 금전신탁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MMT(Money Market Trust)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금전신탁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탁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금전신탁

은행이 고객(위탁자)에게 받은 돈을 고객이 지시한 방법으로 운용한 뒤 신탁기간이 끝나면 원금과 이익을 돌려주는 금융상품.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