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탑 폭파로 플루토늄 추가 생산 어려워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HEU 방식 핵실험 의지 피력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에 맞서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제3차 핵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1,2차 실험 때의 플루토늄(Pu-239)이 아닌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HEU 방식은 자연에 0.7% 정도만 존재하는 물질인 우라늄-235를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90% 이상으로 농축해 핵폭발에 이용하는 것이다.

3차 핵실험이 HEU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은 북한이 지난 2008년 6월 영변 5㎿ 흑연감속로의 냉각탑을 폭파했기 때문에 더이상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어려운데다 2010년 10월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다는 점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를 초청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대규모로 갖춘 영변 핵단지 내의 시설을 공개하면서 "원심분리기 2천개가 이미 설치돼 가동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작년 4월 공개한 논문에서 "북한이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이렇게 한다면 HEU 생산 기술을 개발해 핵무기 생산에 충분한 정도의 핵물질을 비축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싣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3차 핵실험은 HEU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북한의 핵기술 수준이 높지 않다면 플루토늄 방식보다 HEU 방식이 탄도미사일용 핵탄두 제작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45년 플루토늄을 이용한 '내폭형(Implosion type)'과 HEU를 이용한 '포신형(Gun type)' 등 두 종류의 핵무기를 만들었다.

내폭형은 스스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 작은 플루토늄을 '귤'처럼 작은 조각으로 나눴다가 이를 중심부에 모아서 폭발시키는 방식이다.

탄두 안에 플루토늄 외에도 핵분열 반응을 제어하기 위한 차폐재, 고폭장약, 기폭장치 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크기가 크다.

반면 포신형은 임계질량이 상대적으로 큰 우라늄-235를 고농축해 이용하기 때문에 핵물질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탄두 내에 임계질량을 넘는 양의 HEU를 둘로 나눠서 넣는 것이 일반적이며, 차폐재와 기폭장치 등도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탄두의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도 작다.

이 때문에 수 백㎏∼1t 정도로 중량이 제한되는 탄도미사일용 핵탄두 제작에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내폭형보다 HEU를 이용한 포신형이 수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핵기술 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국가에서는 플루토늄뿐 아니라 HEU도 내폭형 핵무기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HEU를 이용한 내폭형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안진수 박사는 "HEU를 이용한 포신형 핵무기는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요즘은 같은 양의 핵물질로 더 큰 폭발력을 내는 내폭형 핵무기에 HEU도 이용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장철운 기자 j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