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흔여섯 최연소 신인 발레리나 강수진입니다. (웃음)”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수진 씨(사진)는 21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와 만나자마자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강씨는 24일 발간하는 자서전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인플루엔셜 펴냄) 홍보를 위해 지난 19일 한국을 찾았다.

1985년 동양인 최초 로잔 국제 발레콩쿠르 1위, 1999년 세계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라 당스’의 최고 여성 무용수 선정 등 ‘최초’와 ‘최고’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최고’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최고령 발레리나’가 그것이다. 세간의 관심도 그가 언제까지 현역 발레리나로 활동하고,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발레리나에게 환갑에 해당하는 40세를 훌쩍 뛰어넘은 강씨가 ‘신인 발레리나’라니 어떤 의미일까. 그는 “매일 아침 스스로 외치는 다짐이자 마음가짐”이라며 “어린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려고 하고, 날마다 어제보다 나은,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아가기에 ‘신인’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실에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슈투트가르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할 때는 신인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강씨는 “20년 전 열여섯 살의 줄리엣을 처음 연기했을 때보다 더 새로웠다”며 “관객들로부터 ‘더 젊고 신선했다’는 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요즘도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한다. 상당한 연습량이지만 매일 18~19시간씩 연습하며 남들이 20일 정도 신는 토슈즈를 하루에 네 켤레나 갈아 신었던 젊은 시절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는 “젊을 때가 더 힘들었지 지금은 힘이 남아돈다”며 “젊을 때는 발레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쳤다면, 지금은 마음가는 대로 춤을 추면 발레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2년 전 ‘더 발레 갈라’ 공연 기자회견장에서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던 ‘발레의 경지’에 다다른 것일까. 강씨는 “2년 전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발레 공부는 끝이 없는 것이어서 그만둘 때까지도 경지에 다다랐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3월부터 슈투트가르트에서 독일 젊은 안무가의 신작인 ‘크라바트’와 발레계 거장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오텔로’ 등에 잇따라 출연한다. 10월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안무가 엔리케 가사 발가가 강씨를 염두에 두고 새로 안무를 만들고 있는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초초상을 연기한다. 강씨는 “처음 맡는 초초상을 어떻게 연기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며 “올해는 일정이 빡빡해 한국에서는 공연을 못하지만 내년에는 ‘나비부인’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신작을 설명하며 발레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강씨에게 은퇴 시기를 묻는 질문은 무의미해 보였다. 강씨는 “언젠가는 은퇴해야겠지만, 최소한 오늘은 아니며 그렇다면 전 오늘 ‘어제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 어제보다 1분을, 한 번 더 연습할 것”이라며 “그렇게 저는 예나 지금이나 즐기면서 연습과 공연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