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만원짜리 위스키부터 9900원짜리 비누세트까지.’ 소비 양극화 현상이 올해 설 선물세트에도 나타나고 있다. 불황 탓에 대형마트에선 저가형 실속 세트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일부 호텔에선 초고가 선물세트가 잘 팔리고 있다. 정육세트만 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선 8만~55만원대, 백화점에선 10만~100만원대로 다양하다.

대형마트들은 1만원 전후의 저가형 상품을 대거 늘렸다. 이마트는 1만~3만원대 저가 선물세트의 매출구성비를 작년 설의 32%에서 올해는 43%로 늘렸다.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예약판매에서 주요 저가 선물세트 중 양말세트(1만원 이하) 조미료(1만9800원) 김세트(1만9800원) 등의 판매는 작년 설 직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2%, 32.2%, 56%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과일, 김, 식용유, 블루베리, 전병, 양말세트 등 100여개 실속 선물세트를 1만원 이하로 구성한 ‘만원 스타일’을 선보였다.

롯데마트에서 샴푸, 치약, 비누로 구성된 9900원의 초저가 실속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예약판매한 결과 작년 동기 대비 312.4%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신선 선물세트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오른 과일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설보다 23.3% 하락했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따라 롯데마트는 1만원 이하의 가공식품 및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작년 설보다 2배 이상 늘린 110만개가량 준비했다.

백화점이 내놓은 설 선물 세트 가운데 최고가는 롯데백화점이 10세트 한정 제품으로 기획한 ‘홍삼정 천(天)’(430만원)이다. 최고급 6년근 홍삼인 ‘천삼’만을 농축한 제품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 명품 한우’(100만원)의 준비물량을 지난해보다 10%가량 늘렸다. 갈비 1.6㎏, 살치살 로스 800g, 등심 스테이크 800g 등 총 4.8㎏의 특등급 한우로 구성했으며, 1000세트 한정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하는 ‘프리미엄 참굴비(200만원)’는 33㎝ 이상 특대 사이즈 굴비 10마리로 구성한 제품이다. 50세트 한정이다.

호텔가에선 초고가 선물세트가 인기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설 선물세트로 3300만원짜리 ‘글렌피딕 50년 세컨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올해 유통·호텔 업계가 내놓은 단일 설 선물세트 중 최고가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예약 구매하면 2600만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50병만 한정 생산됐는데, 국내에 3병이 들어왔고 이 중 2병이 이미 팔렸다. 수입사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관계자는 “희소성 때문에 주류 애호가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에서 예약판매하는 ‘루이13세 제로보암 리미티드 에디션’은 3200만원으로 국내에 들어온 2병 중 1병은 이미 예약판매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