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빠져 퇴직금을 날리고 회사공금까지 횡령한 울진 원자력본부 전 직원이 부산으로 도피해 편의점 점원으로 일하면서 또 돈을 횡령,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18일 편의점에서 손님이 구입한 물품을 반품한 것처럼 속여 현금을 빼돌린 혐의(절도)로 정모씨(43)를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7개월간 사하구의 한 편의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담배 850만원, 문화상품권 60만원, 주류 30만원 등 모두 1020만원어치의 물품이 반품된 것처럼 속여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밤을 꼬박 새워 편의점에서 일했고, 낮에는 원룸에서 횡령한 돈으로 인터넷 주식거래를 하며 돈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개월 동안 편의점 물품 판매 대금이 사라지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인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정씨의 횡령사실을 확인,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2010년 7월부터 10개월간 울진 원자력본부 경영지원처에서 용역과 조달계약 업무를 담당하다 공금 9억4600여만원을 빼돌린 뒤 잠적, 회사에서 해고되고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아왔다. 정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6000여만원을 주식투자로 잃자 회사공금에 손을 댔고, 가족을 놔두고 홀로 부산에서 편의점 점원으로 일하면서도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