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가 이진규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지난 17일 밤 늦게 통과시켰다. 새 이사장 선출 문제로 여섯 번째 열린 이사회였다. 이 비서관은 정부가 추천해 차기 이사장 후보로 올랐지만 건설업과 관련된 경력이 없어 그동안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 때문에 앞서 다섯 차례의 이사회에서 선임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 비서관은 숭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을 지냈다. 정부가 임기 마지막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사회는 이날 개회와 정회를 반복했다. 당초 일정대로 오전 10시에 개회를 했으나 백석근 이사(건설산업연맹 위원장)가 “이사 전원이 모이지 않았다”고 항의해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1시간여 만에 정회했다. 오후 5시에 속개하기로 했지만 이때도 미참석 인원이 있어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에 어수봉 의장 직무대행(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이 “10시에 이사회를 하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이 회의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제회 이사로 있던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과 백 이사가 이 비서관 선임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정부가 내정한 인사가 논란 끝에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산하기관이나 관련 민간단체를 퇴직 공무원을 위한 자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과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 비서관 선임에 반대해 온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출근저지투쟁’을 비롯한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