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미국 중국 등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것으로 향후 선진국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통제할 수는 없는 만큼 최근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자금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총재는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선진국들이 생각보다 빨리 소위 ‘언와인딩(되감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지금부터 양적완화 정책이 변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 내 3차 양적완화 조기 종료에 대한 관측이 제기되는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동시에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조기에 끝나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빠져나갈 경우 우리 경제나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주식(411조6000억원)과 채권(91조원)을 합쳐 500조원을 넘고 있다. 지난해에만 25조원가량이 순유입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조달 구조를 장기화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글로벌 경기 관련 지표들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나온 미국의 고용 및 주택 관련지표는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개선됐다. 이날 발표된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7.9%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로존 경기도 올 하반기에는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스페인 국채 발행 금리도 좋았다는 뉴스가 나왔다”며 “일희일비할 수 없지만 이제 (경기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올 들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원·엔 환율에 대해서도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0전 내린 1057원20전에 마감, 이틀째 하락했다. 100엔당 원화 환율도 1174원67전(오후 3시 기준)에 거래됐다. 한은은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함께 선물환포지션 제도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등 ‘외환건전성 3종세트’ 강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인수위원회의 의견 청취 자리에서도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함께 외환정책의 방향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