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이 7341억여원으로 결정났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지원장 김용철)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유류오염 손해배상 책임제한 절차와 관련, 제한채권 조사를 위한 사정재판을 마무리하고 16일부터 결정문을 주민들에게 송달한다고 발표했다. 사정재판은 법원이 어민 등 피해 주민이 신청한 피해 당사자 적격 여부, 피해 종류, 금액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내리는 판정이다. 정식 재판이 아닌 일종의 예비 재판이어서 당사자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별도의 정식 민사소송이 시작된다.

김용철 지원장은 “이번 결정은 기름유출 사고 발생 5년 만에 최초로 법원이 손해액을 산출한 것으로 피해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의 첫걸음을 내딛는 결정”이라며 “향후 채권금액이 확정되면 피해주민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법원은 주민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금액이 4138억여원, 방제 비용과 해양 복원 사업에 쓰인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을 3203억여원으로 각각 인정했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이 사정작업에서 피해금액으로 산정한 1824억여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법원이 피해주민들의 손해액으로 인정한 4138억원은 주민들이 피해금액으로 신청한 채권 신고금액 3조4952억여원의 11.84%에 해당한다. 국제기금이 피해로 인정한 829억여원의 약 5배에 달한다.

주민피해 인정 금액 중 수산 분야는 3676억여원, 관광 등 비수산 분야는 461억여원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주민들이 법원에 신청한 제한채권 규모는 12만7483건, 금액은 4조2271억여원에 달한다. 국제기금과 피해주민들의 민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판결에 이의가 있는 주민과 단체 등은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문승일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사무국장(46)은 “법원의 사정재판만 기대하고 있었는데 피해금액이 너무 적게 결정돼 납득이 안 된다”며 “앞으로 주민들과 상의해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말해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 역시 법원이 확정한 피해금액이 자신들이 실시한 사정 결과와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민사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