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경제부총리제를 5년 만에 부활시킨 것은 위기극복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외여건 불안과 성장잠재력 하락, 서민경제 침체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삼중고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경제정책을 총괄하라는 의미라고 인수위 측은 설명했다.

◆역할에 맞는 격상

경제부총리제는 1964년 박정희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다. 대체로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직을 겸직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급으로 격하됐다가 임기 중인 2000년 1월 부총리제로 복귀했다. 참여정부에서도 재정경제부가 갖고 있는 예산기능을 분리, 기획예산처를 신설했지만 경제부총리제는 유지됐다.

2003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취지에 따라 부총리제를 폐지, 장관급으로 다시 격을 낮췄다. 장관-부총리-총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단계가 너무 많다는 판단과 함께 예산기능을 기획재정부에 통합시킨 만큼 역할의 성격상 조정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의 명칭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되 실질적으로 경제를 총괄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재정부 장관은 지금도 사실상 부총리급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만 공식적인 직함과 역할 간의 괴리가 있었는데, 이것을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복지 컨트롤타워

인수위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재정부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해체 내지는 분산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예산기능을 보내고, 외환시장을 총괄하는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과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대표적이었다. 일부에서는 공공정책국도 떼어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재정부는 현재 위상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부총리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신임 경제부총리에게 맡겨진 가장 큰 숙제는 경기 활성화와 함께 박근혜 정부 최대 현안인 재정건전성 유지와 복지 재원 마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복지 확대라는 사회적 요구를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어떻게 창조적으로 풀어내느냐가 성패를 가름하게 될 전망이다.

주형환 재정부 차관보는 “내수경제 활성화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역할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부총리가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처럼 위계나 서열을 중시하는 관료사회에서는 장관과 장관 간 수평적 관계로 부처 간 갈등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총리 누가 맡나

부활된 경제부총리에 누가 선임될지도 관심이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관료를 믿지 못해 학자 출신을 중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당선인은 관료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를 갖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국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한 만큼 현직 관료보다는 당내 관료 출신 의원이 입각 1순위로 점쳐진다. 이 경우 이한구 원내대표와 최경환·류성걸·김광림 의원 등이 거론된다. 현직 관료 중에서는 박재완 재정부 장관(행시 23회)보다 후배인 행시 24회 중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신제윤 재정부 1차관 등이 물망에 오르지만 부총리급을 맡기엔 아직 빠르고 현 정부 핵심 인물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학자 출신으로는 박 당선인의 옆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도와온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이 거론되지만 학자 출신의 재정부 장관 성공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이심기/임원기/김유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