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베이징 스모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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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신선한 공기 한 병에 5위안.” 중국의 거부인 천광뱌오 장쑤황푸 회장은 작년 8월 공기판매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윈난성 샹그릴라 같은 곳의 맑은 공기를 팔겠다는 것이었다. 500㎖짜리 생수 보다 두 배나 비싼 공기는 상품화되지 못했다. 채산성만 맞았다면 중국판 봉이 김선달이 나올 뻔했다.
중국 대도시의 공기는 악명이 높다. 건설현장의 먼지, 공장의 분진,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뒤섞여 숨이 턱턱 막힌다.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겨울철엔 도시 전체에 연탄가스가 들어찬다. 황사까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베이징의 공기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다. 1년 365일 중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마라톤이나 경보 등 실외경기를 할 수 있느냐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허베이 등 인근 지역의 공장을 모조리 걸어 잠그고, 모든 공사현장을 올스톱시키는 동시에 트럭 운행을 중단시키는 등 난리를 친 끝에 경기가 진행됐다. 그래도 일부 서양선수들이 베이징 공항에 마스크를 쓴 채 내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공기오염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공기오염도를 PM10(직경 10㎛)짜리 먼지를 기준으로 측정, PM2.5짜리 미세먼지의 농도를 따지는 세계기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외 압력에 굴복해 작년 중반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꿨다. 베이징 시당국은 지난주말 공기오염도가 PM2.5로 900㎍(직경 2.5㎛짜리 먼지가 ㎥당 900개)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비행기가 못뜨고, 고속도로 통행도 금지됐다. 병원은 두통과 목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수일째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서 마스크가 동이 났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공기오염을 외국인들이 들먹이는 것에는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일종의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추이톈카이 외교부 차관은 올초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공기오염도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만일 계속 한다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베이징 시당국보다 미국 대사관의 발표를 시민들이 훨씬 더 신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불신은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지도자들은 공기정화기를 끼고 살았다는 게 드러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 공기청정기 회사가 오래 전부터 지도자들의 거주지인 중난하이에 자사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고 광고하면서 알려졌다. 숨쉬는 것에서도 특권의식을 갖는 지도자들이라면 국민이 못 믿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중국 대도시의 공기는 악명이 높다. 건설현장의 먼지, 공장의 분진,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뒤섞여 숨이 턱턱 막힌다.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겨울철엔 도시 전체에 연탄가스가 들어찬다. 황사까지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베이징의 공기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다. 1년 365일 중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마라톤이나 경보 등 실외경기를 할 수 있느냐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베이징뿐 아니라 허베이 등 인근 지역의 공장을 모조리 걸어 잠그고, 모든 공사현장을 올스톱시키는 동시에 트럭 운행을 중단시키는 등 난리를 친 끝에 경기가 진행됐다. 그래도 일부 서양선수들이 베이징 공항에 마스크를 쓴 채 내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공기오염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다. 공기오염도를 PM10(직경 10㎛)짜리 먼지를 기준으로 측정, PM2.5짜리 미세먼지의 농도를 따지는 세계기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외 압력에 굴복해 작년 중반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꿨다. 베이징 시당국은 지난주말 공기오염도가 PM2.5로 900㎍(직경 2.5㎛짜리 먼지가 ㎥당 900개)에 달했다고 공개했다. 비행기가 못뜨고, 고속도로 통행도 금지됐다. 병원은 두통과 목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수일째 이런 날씨가 지속되면서 마스크가 동이 났다고 한다.
중국정부는 공기오염을 외국인들이 들먹이는 것에는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 일종의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추이톈카이 외교부 차관은 올초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공기오염도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만일 계속 한다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베이징 시당국보다 미국 대사관의 발표를 시민들이 훨씬 더 신뢰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불신은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지도자들은 공기정화기를 끼고 살았다는 게 드러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 공기청정기 회사가 오래 전부터 지도자들의 거주지인 중난하이에 자사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고 광고하면서 알려졌다. 숨쉬는 것에서도 특권의식을 갖는 지도자들이라면 국민이 못 믿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