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센카쿠 인근에 전투기 전진 배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해상 무력시위에서 공중 대치전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중국 전투기가 일본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초계기(잠수함 정찰기)를 상대로 긴급 출동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 인근에 전투기를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일 간 영토 공방이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아슬아슬한 치킨 게임

산케이신문은 14일 “중국 전투기가 지난 10일 동중국해에서 미군 비행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동중국해 상공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 해군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수송기를 한동안 뒤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군의 초계기와 수송기는 일본이 설정한 중·일 영공 중간선 부근을 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투기는 일본 측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 안으로까지 진입, 일본 전투기가 대응 차원에서 긴급 발진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중공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 “군 총참모부가 전쟁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역시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일본의 대응수위도 높아졌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군이 (센카쿠열도에 인접한)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공군 기지에 F-22 스텔스 전투기 9대를 4개월간 잠정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3대를 추가해 모두 12대를 운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도 오키나와현 나하(那覇) 기지에 배치된 F-15 전투기를 센카쿠열도에서 더 가까운 오키나와현 시모지시마(下地島) 공항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센카쿠를 둘러싼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자칫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비무장 선박의 대치와 달리 전투기 등 정규 항공 전력 간 대결은 순간적 판단 실수에 따라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국과의 동중국해 공방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집단자위권에 매달리는 일본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응하는 일본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NHK에 출연, “다음달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집단자위권 행사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자위권은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은 평화헌법의 유권해석상 “집단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집단자위권 행사의 족쇄가 풀리면 일본 자위대의 행동반경은 크게 넓어진다.

미국도 중국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일본과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는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 미 공군의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를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군사력 확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국가와 연계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16~19일 나흘간 첫 해외 순방지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해 중국 견제를 핵심으로 하는 아시아 외교의 기본 방침인 ‘아베 독트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