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옵션만기일인 10일 우려했던 시장 충격은 없었다. 일부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긴 했지만 예상했던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국의 수출 지표가 깜짝 회복세를 보인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엿새 만에 상승 반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4.99포인트(0.75%) 상승한 2006.80에 마감했다. 옵션 만기에 대한 경계감 탓에 장 초반 약보합권에 머물던 지수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중국의 작년 12월 수출 증가율이 발표되자 상승 반전, 사흘 만에 2000선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이날 12월 수출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인 4% 안팎을 크게 웃도는 14.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이 확인되자 한국을 비롯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동반 상승했다.

6조3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매수차익 잔액 중 일부가 청산됐지만 정도는 약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1264억원 순매도에 그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적어도 2000억원, 많으면 5000억원 이상의 매물이 옵션만기일을 맞아 나올 것으로 봤었다. 선물시장 베이시스가 탄탄하게 버티며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폭탄을 방지했다. 그나마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의 매물이 많았고 비중이 큰 외국인은 별 움직임이 없었다.

옵션 만기라는 산을 무사히 넘긴 했지만 시장 전망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어닝 시즌에 들어선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내놓는 기업 실적 추정치가 내려가는 추세다. 이번에 청산하지 않고 넘어간 매수차익 잔액은 베이시스가 하락할 경우 언제든지 매물로 나와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 12월 결산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프로그램 순매수는 상당 부분 이달 중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으로 인해 10조원 가까운 펀드가 청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수급 상황이 꼬여 있는 데다 모멘텀이 거의 없는 기업들 실적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