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 등으로 투옥됐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은 시인 김지하씨(72)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일 법무법인 덕수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지만,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오적필화 사건’ 부분에 대해 유·무죄를 다투기 위해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지난 4일 김씨에 대한 재심에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 국가보안법상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유신헌법 등을 비판하며 정권에 반대하는 활동을 전개했다는 이유로 수년간 옥고를 치르는 등 민주화 과정에서 큰 고난을 겪었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로 인해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고 범법행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1970년 월간지 ‘사상계’에 오적이라는 시를 게재한 혐의(반공법 위반)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고문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재심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기존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법정형 최하한인 징역 1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재심 선고 직후 “나는 빈털털이 시인이다”라며 “법이 잘못됐으면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