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新浪)웨이보(微博)에 개설된 전미농구협회(NBA) 계정의 팔로어 수가 245만명을 기록했다. 트위터의 NBA 계정 팔로어 수 238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웨이보에 NBA 계정이 생긴 지 3개월 만이었다. 웨이보가 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되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SNS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웨이보와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이 결합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쯤되면 웨이보를 더 이상 ‘중국판 트위터’ 또는 ‘트위터의 짝퉁’으로 무시하기 힘들게 된 셈이다.

시나웨이보는 중국 4대 포털업체 중 하나인 시나닷컴이 2009년 8월 선보인 인터넷 서비스다. 단문(短文)의 대화를 주고받는 트위터의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정보검색과 미디어, 게임도 이용할 수 있다.

시나웨이보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4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5억4000만명인 점을 고려할 때 10명 중 7명 이상이 웨이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 추정치인 19억명 가운데 20% 이상이 활용하는 셈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반 만에 웨이보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불모지’에 뿌리내린 SNS

시나닷컴 임원회의에 웨이보 서비스가 계획안으로 올라온 것은 정식 서비스 개시 3개월 전인 2009년 5월이었다. 그때까지 차오궈웨이(曹國偉) 시나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소수의 개발팀과 함께 비밀리에 웨이보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다. 후발주자인 바이두(百度)에 포털 선두자리를 내줘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을 받던 시점이었다.

중국 정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SNS 기업의 중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에게는 SNS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그만큼 사업의 성공을 자신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오궈웨이는 웨이보가 승산이 있다고 봤다. “중국인은 서양인보다 성격이 급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짧은 이야기를 빨리 주고받는 SNS는 중국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차오궈웨이는 웨이보를 개발하면서 두 가지를 염두에 뒀다. 첫 번째는 간단한 조작으로 사용자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인 시나닷컴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두 번째였다. 그는 페이스북 등 기존 SNS의 특장점을 최대한 구현하는 한편, 멀티미디어도 웨이보 안에서 직접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웨이보가 다른 SNS와 차별화되고 복합적인 기능을 갖게 된 것은 이런 개발 과정의 특성이 반영된 때문이었다.


◆모든 직원이 ‘웨이보 전도사’로 나서

경쟁업체들보다 빨리 SNS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였다. 초반부터 이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바이두나 텐센트 등 경쟁업체들에 따라잡힐 우려가 있었다. 특히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QQ메신저’를 보유하고 있어 선발업체의 우위가 언제 뒤집힐지 장담할 수 없었다.

시나닷컴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800여명의 직원 모두가 ‘웨이보 전도사’가 돼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1인당 최소 40명의 웨이보 이용자를 모집해야 하며, 그중 두 명은 기자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다. 모집된 이용자는 웨이보에 최소 7개의 글을 남겨야 유효한 회원으로 인정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부서별로 성과를 평가해 가장 저조한 직원에게는 벌금을 부과했다.

시나닷컴은 특히 오피니언 리더를 웨이보 이용자로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포털 검색엔진에도 이들이 웨이보에 남긴 말을 검색 상위에 배치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펑샤오린(彭少林) 시나닷컴 부대표는 “스타와 오피니언 리더의 웨이보 이용은 곧 웨이보의 흡인력으로 이어졌다”며 “이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도 웨이보에 관심을 갖고, 실제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6일 만인 2009년 11월2일 웨이보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4월에는 1000만명, 같은해 10월 말 50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11년 2월 말에는 1억명을 웃돌았다. 매달 평균 1600만명이 새로 가입한 셈이다. 경쟁업체인 텐센트가 2010년 4월, 바이두는 그해 11월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지만 시나웨이보는 이미 멀리 달아난 뒤였다.

◆‘성공의 그늘’도

웨이보는 지난해부터 외국인에게도 주목받는 SNS로 떠올랐다. 언론이 통제된 중국에서 바닥민심과 중국 정치의 내막을 어렴풋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되고 있어서다. 정부기관용 웨이보 계정이 작년 7월을 기준으로 4만5000개에 이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웨이보에서 나타나는 민심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측근으로 보이는 한 인사가 시진핑의 동정과 개인사진 등을 웨이보를 통해 퍼뜨리고 있다. 우호적인 시각을 담아 일반인은 확보하기 힘든 자료를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개인 홍보용 웨이보 계정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중국 사회에서 웨이보가 차지하는 위상이 단순한 SNS를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 및 제품 홍보에서는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3만개 이상의 기업이 웨이보를 통해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홍보한다. 시나닷컴에 따르면 세계 500대 기업 중 29%가 웨이보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성공을 거뒀지만 시나웨이보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웨이보 서비스가 당장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웨이보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시나닷컴은 작년 1분기 1370만달러(약 16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웨이보의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3분기 1억3160만달러(약 140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여전히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SNS의 불모지에 웨이보의 씨앗을 뿌려 큰 성공을 거둔 시나닷컴과 차오궈웨이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