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새해 첫 회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공부했다. 오는 2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과거 우리의 정치 발전을 돌아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9일 삼성그룹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사장단회의를 갖고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를 초청해 '2013년 대한민국 어젠다'를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매주 수요일 이곳에 모여 그룹 현안을 논의하고 외부 인사를 초빙해 정치ㆍ경제ㆍ사회 다방면에 걸쳐 강연을 듣는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2월12일 이후 한 달 만이다.

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국민 스스로 우리나라의 민주발전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아 한다고 강조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각 정부의 특성을 분석하고 우리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잣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우리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이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외국 학자들에게 보여주면 이해하지 못한다" 며 "그들은 한국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좋은 발전 모델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러가지 어려움은 겪었지만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적인 상황 없이 민주주의가 살아남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지난 25년 간 권위주의 체제의 문제점도 크게 개선됐다" 며 "이젠 거시적인 틀에서 볼 때 우리 민주주의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또 "앞으로는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 이슈에서 실생활 이슈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대담론이 상실되고 일상적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그러나 "한국의 정당구조는 국민들의 이런 민심 변화를 수용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며 "때문에 비정치적 참신성에 대한 갈구와 기대가 여전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저녁 6시부터 신라호텔에서 개최되는 이건희 회장 72세 생일만찬에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