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대…민주, 조기 전당대회 '가닥'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 5선의 문희상 의원(68·경기 의정부)이 추대됐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22일 만인 9일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문 의원을 당 대표 역할을 하게 될 비대위원장으로 만장일치 추대했다. 문 비대위원장의 합의 추대는 ‘관리형 비대위’를 통해 대선 패배 충격에 빠진 당을 수습한 뒤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당내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문 비대위원장 카드는 막판까지 비밀리에 추진된 ‘깜짝 인선’이었다. 추천권을 지닌 박기춘 원내대표는 문 위원장과 4선의 박병석 국회부의장 카드를 놓고 고심 끝에 의원총회 직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중진의원 조찬모임에서 최다선 의원을 추대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조찬 직후 박 원내대표가 문 위원장 추대용으로 준비한 자료를 의총에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현미·이인영 의원 등 초·재선 그룹이 경선 불사 의지를 드러내며 ‘박영선 카드’를 밀었지만 대선 책임론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철회했다.

문 비대위 체제의 핵심 과제는 차기 전당대회 준비와 대선 평가다. 이 과정에서 △당 정책노선 △지도부 체제 및 경선룰 관련 당헌·당규 개정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 간 치열한 갈등이 예상된다.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대의 가장 중요한 대목은 당의 정체성 (논란)”이라며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바일 경선 등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함께 고치겠다고 했다.

그는 안 전 원장 세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선 “비대위에서 차곡차곡 결정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당 쇄신을 위해 새로운 세력을) 자꾸자꾸 보충하면서 진로를 모색하고 당론을 확정해야 한다”고 민주당 ‘외연확대’에 힘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역할론이 대두될 것이란 관측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문 전 후보가 추구했던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은 끊어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이 대선패배 책임론에 못 박혀서 그 긍정의 에너지를 소홀히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전 후보의 역할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범친노(친노무현) 인사로 분류되는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주류 쇄신파 소속의 김영록 의원을 사무총장에, 중립성향의 변재일 의원을 정책위 의장에 각각 내정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