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반드시 소음이 나야 한다.”

미국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은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가 보행자에게 위험을 알릴 수 있도록 소음을 발생시키는 별도의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7일(현지시간) 잠정 결정했다.

NHTSA에 따르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는 시속 29㎞ 이하로 달릴 때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차에 비해 소음이 거의 없다.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소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행자가 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해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특히 시각장애인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확한 시행 시기는 추후 공지하기로 했다.

일정 음량 이상의 소음을 내는 외부 장치를 달기 위해서는 차량 1대당 30~35달러의 비용이 더 든다. 업계 전체로는 연간 약 2500만~3500만달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NHTSA는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가 ‘소음장치’를 설치하면 해마다 35명의 생명을 구하고 2800명의 부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우리는 프리우스 등 일부 모델에 이미 소음 장치를 달고 있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보행자 안전 향상 법률’은 전기차 등 소음이 없는 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대책을 내놓도록 NHTSA에 요구했다. 당초 NHTSA는 모든 차에 카메라를 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지적에 따라 소음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바꿨다.

데이비드 스트릭샌드 NHTSA 국장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차량 모델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내는 장치를 달아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며 “덕분에 보행자나 시각장애인들은 더욱 안전하게 거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