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간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 첫날 보고는 중소기업청과 국방부로 정해졌다. 중소기업과 안보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15부2처18청 가운데 ‘1번타자’로 나서게 된 중기청은 스스로도 놀라는 분위기다. 중기청 관계자는 8일 “과거 정권 교체나 연초에 정부 부처 가운데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해본 적이 없어 우리도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 때는 교육부가 가장 먼저 업무보고를 했다. 중기청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된 지 5일째 되는 날 보고를 했다. 그나마 단독이 아니라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의 전신) 업무보고 때 ‘곁다리’로 끼어 보고했다. 보고시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내용 자체도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 당선인의 인수위 활동을 정리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백서’에는 중기청이 정부 부처 보고 일정에 아예 빠져 있을 만큼 존재감이 미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중기청은 업무보고에 담을 내용을 고심 중이다. 자칫 보고 내용이 부실하면 오히려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5년 전 교육부는 인수위로부터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대단히 미흡하다”는 질책을 받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첫 보고라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은 박 당선인이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에 박힌 가시 하나 빼주면 좋겠다”고 말한 만큼 거창한 정책보다 중소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업무보고에 집중적으로 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중기청과 국방부 다음으로는 경제분야 분과와 비경제분야 분과로 나눠 2~4개 부처가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업무보고는 인수위에서 분과별 간사와 인수·전문·실무위원이 참여하고, 정부에서 해당부처 기조실장이 보고하되 참석인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등 실무형으로 실시된다.

보고 내용은 △부처 일반현황 △추진 중인 정책에 대한 평가 △주요 당면현안 정책 △대통령 당선인 공약 이행 세부계획 △예산절감 추진계획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계획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계획 등 크게 7가지다.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복지 재원 강조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 등 예산 개혁을 강조하는 만큼 예산절감 추진계획과 산하 공공기관 합리화계획을 예전보다 깊이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제 부처들은 박 당선인이 강조한 경제민주화,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 가계부채나 하우스푸어 해소 대책 등을 집중적으로 다듬고 있다. 일부 부처에선 “곤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A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매년 예산절감을 해왔는데 추가로 더 짜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지침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B부처 업무보고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말하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이 대 국민 규제인지, 공무원이 행정을 하면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관행인지 불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