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고노(河野)담화’ 수정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담화를 수정할 경우 구체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정권이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담화 등을 재검토하는 것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일본이 고노담화 등을 수정해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들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오바마 정권이 중시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미국 측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고노담화를 수정하게 되면 미국 정부도 어떤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식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담화 수정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현지시간)엔 뉴욕타임스가 ‘일본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과거사 부정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설은 “한·일 관계보다 아시아 안정에 중요한 관계는 없다”며 “아베 총리는 한·일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중대한 실수’로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베 내각은 일본에 의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를 계승하는 한편 ‘21세기 미래 지향’을 담은 새로운 총리 담화를 발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아베 총리는 최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를 사실상 대체할 ‘아베담화’를 발표하겠다며 이를 위한 전문가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 고노담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사역의 강제성을 인정한 담화다. 무라야마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가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사죄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