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여성 경시 문화는 힌두교 종교성전인 마누법전에서 시작됐다. 카스트 제도가 소개된 이 법전엔 ‘여성의 역할은 남성에게 순종하는 것’이라는 남존여비 사상이 담겨 있다. 카스트는 크게 승려계급인 브라만, 왕족 및 무사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과 농민계급인 바이샤, 노예계급인 수드라로 나뉜다. 여성의 지위는 이에 대입하자면 대체로 수드라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여성은 결혼할 때 지참금을 가져가야 한다. 여성을 돈과 함께 남성에게 보내며 남은 생애를 부탁하는 것이다. 지참금엔 외상도 없다. 액수가 부족하면 신부는 심한 학대를 받는다.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새 신부를 맞아 지참금을 다시 받는 경우도 많다. 한 해 2만5000여명의 여성이 지참금 탓에 사망한다는 비공식 추산도 있다.

지참금에 부담을 느끼는 가난한 집안에선 딸이 태어날 때부터 ‘돈 덩어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층계급에서 여자 아이가 배 속에 들어서면 세상에 나오기 전 미리 손을 쓴다. 남성 대비 여성 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가 인도다.

대도시에선 “훗날 지참금으로 쓸 5만루피를 절약하려면 500루피를 들여 태아의 성별을 테스트한 뒤 낙태해야 한다”는 광고 문구를 볼 수 있다.

딸과 달리 아들은 가정의 영혼을 평안케 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장차 지참금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은 산스크리트어로 ‘푸트라’라고 불리는데 지옥에서 구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여전히 인도에선 ‘품사바나’ 의식이 많이 벌어진다. 배 속에 든 아이를 아들로 바꿔달라고 하늘에 비는 것이다. 인도 하층계급에서 “딸이나 낳아라”는 곧 “패가망신하라”는 저주와 같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아내도 따라 죽는 ‘사티’라는 관습도 있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란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인도 정부는 1987년 반(反)사티 법령을 제정, 이를 막고 있지만 과거 사티가 행해졌던 장소는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