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됩니다. 전국 대학 교수들이 선정한 2013년 새해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베푼다’는 뜻이죠. 카앤조이도 ‘깨알’ 같은 재미와 ‘쌀알’ 같은 정보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새해 첫 회는 자동차 사자성어 사전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어떤 사자성어를 선택했을까요?

자동차업계 올해의 사자성어

◆漁夫之利 <어부지리>

김태희·비 데이트 사진에 땡 잡은 건 도요타 캠리

[풀이] 두 사람이 서로 싸우는 사이 다른 사람이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익을 이르는 말.

[예문] 김태희와 비의 데이트 사진을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도요타가 어부지리로 홍보 효과를 얻었다.

[해설] 새해 첫날부터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죠.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을 포착한 사진에는 도요타 ‘캠리’와 ‘벤자’ 두 대가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올초부터 캠리 모델로 활동하는 김태희는 평소에도 도요타가 제공한 차량을 자주 타고 다닌다고 하네요. 광고 효과는 실로 대단했습니다. 국내 네티즌 대부분이 이 사진을 봤을 테니 노출 횟수로 따지면 도요타는 가만히 앉아서 1년치 광고비를 번 셈이죠. 지금 전국 남성들은 절망에 빠져 있지만 도요타는 희망에 부풀어 있답니다. 연초부터 ‘대박 예감’이라고 흐뭇해하며 말입니다.


◆咸興差使 <함흥차사>

AS 맡겼던 미니 쿠퍼, 넉달간 감감 무소식…결국 폐차로
자동차업계 올해의 사자성어
[풀이] 심부름을 간 사람이 소식이 없거나 회답이 오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 한번 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거나 소식이 없음.

[예문] AS센터에 맡겼던 미니 쿠퍼가 4개월째 함흥차사였는데 결국 폐차 상태로 발견됐다.

[해설] 최근 발생한 자동차 업계의 ‘어이 상실’ 뉴스 중 하나는 ‘폐차로 돌아온 미니 쿠퍼’ 사건입니다. 미니 쿠퍼를 구입한 정모씨가 지난해 7월 계기판 문제로 차량을 판매 대리점에 맡겼는데 4개월 만에 강원도 춘천에서 사고 차량으로 발견됐죠. 분노한 정씨가 BMW코리아 본사 앞에 파손 차량을 세워놓고 1인 시위를 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판매사인 도이치모터스가 피해자에게 새 차를 주고 마무리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죠. 승승장구하는 BMW에 필요한 건 재발방지(再發防止).


◆開店休業 <개점휴업>

스바루코리아 판매 부진…3년만에 차량수입 중단

[풀이] 개점을 하고 있으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 휴업과 같은 상태. [유의어]폐업세일(廢業sale)

[예문] 판매부진으로 고전하던 스바루코리아가 결국 수입을 중단하고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해설] 일본 스바루 자동차를 수입하던 스바루코리아가 지난달 국내 진출 2년8개월 만에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엔고 현상 때문에 차량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데다 신차를 투입하기 힘들어지자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죠. AS와 부품공급은 유지한다지만 구매자들은 중고차 값이 떨어질까 전전긍긍(戰戰兢兢)할 수밖에요. 독일차만 승승장구하다 보니 다른 업체들은 문을 닫는 처지에 놓였답니다. 다음달 신장개업(新裝開業)하는 이탈리아 피아트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요.


◆切齒腐心 <절치부심>

수입차 호조에 현대차 ‘속앓이’…사상 첫 가격인하 단행

[풀이]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이다는 뜻으로, 대단히 분하게 여기고 마음을 썩임.

[예문] 수입차에 밀리던 현대자동차가 절치부심하고 가격을 내렸다.

[해설] 현대차가 연초부터 사상 최초로 가격 인하를 단행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쏘나타, 싼타페, 제네시스 등 베스트셀링카의 가격이 최대 100만원까지 낮아졌죠. 수입차가 내수 시장에서 2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현대차는 판매가 줄었으니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이죠. 차값이 저렴해진 건 소비자들에게 좋은 소식입니다. 잘 팔리면 다시 가격 올리는 일은 없겠죠? 이런 건 낙장불입(落張不入)!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