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는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한류문화가 많이 시들어가는 것 같아요. 한국인의 정신을 담아내려고 한 제 작품이 일본과의 소통에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했으면 합니다.”

오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도쿄 신주쿠 램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한국화가 김옥희 씨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진경산수를 보여주며 미술한류의 새 장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화의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우리 산하의 생명력을 현대적인 정서로 담아내는 작가. 그의 작품은 전통 한국화의 정신과 재료적 특성 때문에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덕분에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상(미술부문)과 제5회 도전한국인상(예술부문)을 잇달아 받았다.

그는 “한국의 전통정신을 지키고 매만지는 마음으로 일본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묵과 담채의 적합한 균형을 중시한 그의 작품은 일종의 현대판 실경산수화다. 전통을 중시하면서 자연이라는 변함없는 대상을 섬세한 터치로 풀어낸다.

“30년 동안 실경 스케치를 위해 설악산, 지리산, 유명산, 치악산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산을 다 다녔어요. 성산포 일출봉과 차귀도를 특히 좋아합니다. 한번 가면 1주일가량 머무르며 스케치에 매달리곤 하지요.”

지난 1일 제주도 겨울 실경을 스케치한 그는 “일출봉의 새해 첫 해오름에서 찬란한 희망을 느꼈다”며 “용솟음치는 해의 붉은 기운이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꿈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그림 속 자연은 늘 새롭게 변한다. 산과 강이 항상 등장하지만 그 표정은 언제나 다르게 나타난다.

“자연의 표정과 빛깔보다 사실적인 현상과 변화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변화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을 믿거든요.”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