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과 춤으로 세계를 제패한 사람이 있다. 바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기가 2013년 새해에도 식지않고 있다. 이 곡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두 손을 교차해 고삐를 쥐게 만들었다. '강남 스타일'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말춤을 따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춤은 그야말로 '세계 공통춤'이 됐다. 말춤으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세계적인 축구스타도 있고, 싸이에게 말춤을 직접 전수받고 싶다는 할리우드 스타도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롬니도 말춤을 패러디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말춤을 추지 못해 불만인 테러리스트도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테러리스트가 족쇄 때문에 말춤을 잘 못추겠다고 변호사를 통해 항의한 일화도 전해진다.

싸이의 춤사위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마저 매료시켰다. 마오리족은 그들 고유의 전통춤과 말춤을 결합한 새로운 춤을 개발했다.

대한민국의 강남스타일이 문화와 인종의 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다. 그렇다면 싸이는 과연 누구의 말춤이 가장 영광스러웠을까? 바로 반기문 UN 사무총장이다.

반기문 총장과 싸이는 지난 1일(현지시간) UN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새해 덕담을 나누기 위해 뉴욕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싸이는 “총장님이 말춤을 췄을 때가 가장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이야 말로 가장 (말춤을)안 출 것 같은 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싸이의 설명.

반기문 총장은 지난해 12월 유엔출입기자단(UNCA) 주최 송년 만찬에서 패러디 동영상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타이틀을 싸이에게 빼앗긴 반 총장이 자신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말춤을 췄다. 그러나 흥행에 참패한 뒤 집에서 손녀에게 동요를 불러주는 장면이 의외로 히트를 치면서 다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무작정 남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 동영상은 유튜브 조회수가 5000건이 안된다. 반 총장은 이를 언급하며 11억 뷰를 달성한 싸이를 따라가려면 2만 년이 걸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해 10월 유엔본부에서 함께 말춤을 춘 뒤 다시 만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두 한국인은 활기찬 2013년 한해를 다짐했다.

한경닷컴 최수아 인턴기자 sue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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