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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기획-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정부가 돈 쏟아부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맹신이 美경제 구조적 문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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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에드먼드 펠프스 美 컬럼비아대 교수

    적자 줄일 최적의 타이밍은 없어…불확실성 해소되면 기업투자 늘어날 것
    양적완화정책, 금융시장엔 긍정적 효과…민간혁신 유도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신년 기획-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정부가 돈 쏟아부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맹신이 美경제 구조적 문제 키웠다"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200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를 처음 만난 건 지난 7일이었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자본주의와 사회연구센터’ 설립 10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다.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요즘같이 민간 수요가 살아나지 않을 때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게 당연하다”는 서머스 교수의 주장에 펠프스 교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얼굴에는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컬럼비아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31일 다시 만난 그는 “서머스 교수의 생각은 틀렸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의 부족한 부문을 채우기 위해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케인시안(케인스학파)들의 맹목적 믿음이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키워왔다”고 비판했다. 오직 책임 있는 재정정책과 혁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은 올해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에 던지는 조언, 또는 경고로 들렸다.

    ▶올해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의미 있는 정도로 빠른 경제성장을 한다고 전망하기는 조심스럽다. 기업들은 여전히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많은 것이 워싱턴(정치권)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여전히 정부 부채를 걱정하고 있다.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실업률(지난해 11월 7.7%로 오바마 정부 출범후 최저치)은 떨어지고 있는데.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노동참여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내려간 것이다. 고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베이비부머들이 노동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간의 경제활동은 줄어들고 있는데도 가계의 부는 늘어나고 있다. 생산성 증대 속도가 부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빚을 내서 복지 혜택과 세금 감면 혜택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
    [신년 기획-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정부가 돈 쏟아부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맹신이 美경제 구조적 문제 키웠다"

    “적어도 유동성이 줄어든 금융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물가가 최근 몇 년간 추세선을 밑돌고 있다.”

    ▶신흥국들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고 비난한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혁신과 설비 투자가 심각한 수준으로 줄었다. 따라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때 물가 하락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물가가 20%씩 떨어지는 혼란을 원치 않았고, Fed가 국채 등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풀기를 원했다. 이것이 Fed가 양적완화에 나선 배경이다. 이런 현실이 신흥국들은 불만이다. 미국에 재앙이 일어났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신흥국들은 현실을 깨닫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재정절벽 협상이 한창이다.

    “정치권에 주어진 선택은 두 가지다. 적자를 지금 줄일지 아니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줄일지를 결정해야 한다. 나는 당장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정적자를 줄일 좋은 타이밍이란 없다. 실업률이 6.5% 혹은 6%로 내려간다고 해도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각종 세금 감면과 메디케어(노인층 의료보험)를 확대하며 재정적자를 늘렸을 때 미국 경제는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좋은 시절에도 늘어났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좋은 타이밍이 올 것을 기다릴 수는 없다.”

    ▶사람들은 한꺼번에 재정긴축을 시행하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람들은 재정절벽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다소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적자를 확 줄인다고 하면 경제주체들이 더 이상 정부 부채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주식 투자자들도 좋아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늘릴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간다면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국 주식과 달러를 사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첫째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인구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둘째는 앞서 얘기했듯이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셋째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경제학자들이 ‘기술 진보율’이라고 부르는 개념이 있다. 기술 진보를 통해 자본 투입 없이 생산성을 높이는 속도를 말한다. 쉬운 말로 하자면 혁신이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혁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어떤 국가들은 혁신을 다른 국가에서 빌려올 수도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그 결과 생산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가계의 부는 계속 쌓여왔다. 정치권이 더 많은 재정 지원 혜택으로 혁신의 빈 자리를 메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혁신을 내몰아 구조적 문제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이것이 현재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만약 혁신을 통해 고용 붐이 지속되면 베이비부머도 이렇게 빨리 노동시장을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뭔가.

    “특효약은 없다. 다만 케인시안들의 접근법으로는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오로지 책임 있는 재정정책을 펼치고 혁신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 외부 요인이 올해도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나.

    “유럽 위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중국의 성장률도 어느 정도 둔화될 것이다. 하지만 두 문제 모두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났다. 외부 요인이 미국 경제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경쟁국들에 비해 수출 경쟁력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을 늘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살리는 것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물가·임금·고용 등 경제성장 요인 연구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학문적 공헌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 막히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신케인스주의’가 득세하자 에드먼드 펠프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케인스는 침체를 치유할 확실한 치료책이 아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이론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강조한다”며 “한 국가의 투자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커지면 혁신을 제한하고 혁신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썼다. 펠프스 교수는 이어 “케인스는 말년에 친구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게 자신의 이론을 재검토해 다음 책에 반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펠프스 교수는 경제 성장의 다양한 요인들을 연구해온 학자다. 경제정책의 단기 효과와 장기 효과 간 관계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200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젊은 시절에는 물가와 임금, 고용 등을 주로 연구했다.

    당초 기업인을 꿈꿨던 펠프스 교수는 앤허스트칼리지 재학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 이때 경제 분석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제학에 매료됐다. 이후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1971년부터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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