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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만달러 추락이냐 4만달러 도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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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주의·절제된 복지 등 국가시스템의 4대 개혁과제를 제안한다
    대한민국은 시대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압축 후퇴로 가려는 징후가 도처에 역력하다. 다시 1만달러로 추락하느냐, 아니면 4만달러로 도약하느냐가 판가름나는 기로다. 국가시스템을 4만달러에 맞춰야 한다. 길거리 정치가 일으키는 먼지를 가라앉히고, 복지 포퓰리즘과 시장경제 파괴 책동을 막아내야 한다. 4류 정치도 이젠 종지부를 찍자. 한국경제신문은 성숙한 숙의 민주주의, 절제된 복지, 길드식 사회주의 거부, 정치 아닌 법치 확립 등 4대 과제를 제안한다.

    1. 대중민주주의 아닌 민주주의 4.0을

    소득 4만달러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질서정연한 민주주의로의 이행이다. 4·19, 5·16, 5·18 등 질곡의 현대사를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민주주의는 이제 절차적 정당성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지난번 4·11 총선이나 이번 대선에서 보듯이 선거 폭력이나 부정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갈길이 멀다. 집단들의 정치적 요구가 무분별하게 폭발하면서 정치만능 사회가 돼 버렸다.

    촛불시위나 길거리투쟁, 인터넷을 통한 패거리 만들기와 인신공격 등이 우리가 그토록 희구하던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다수를 장악하기만 하면 되는 폭력의 정치를 민주주의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인민 민주주의 혹은 대중 민주주의는 주권재민이 아니라 그것의 일탈이요 열성 유전이다. 1987년 이후 25년간의 대중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이제는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할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선 제도화된, 그래서 질서 정연한 대의제 민주주의로 진일보해야 한다. 4만달러 시대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은 길거리의 고함소리가 아니라 합리적 시민의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대한민국 4.0’ 시대를 열자며 ‘숙의 민주주의’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주의 도입기의 1.0에서 개발경제 기간의 권위주의 2.0시대를 거쳐 1987년 이후의 대중 민주주의 3.0으로 이행돼 왔던 것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다. 이제 필요한 것은 4.0체제다.

    2. 절제된 복지라야 한다

    지금 한국의 복지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내년 복지예산은 사실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 전체 지출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인 30%에 달한다. 복지지출 증가율로 따지면 단연 세계 최고다. 이것도 모자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 가운데 시급한 대책을 실천하겠다며 2조~3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려 들었던 판이다. 이는 거대한 국가부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20개 분야 201개에 달하는 복지공약을 다 실현하려면 임기 5년 동안 연평균 26조3000억원씩 총 131조4000억원이 소요된다는 게 새누리당의 자체분석이다. 이 돈을 조달하려면 세금을 크게 올리든가 아니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다.

    벌써 복지지출의 급속한 증가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조세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복지 확대없이 저출산·고령화 추세만 반영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33.4%에서 2050년 128.2%로 치솟는다. 여기에 복지공약, 공공부문 부채 등을 감안하면 최고 165.4%에 달해 그리스 등 PIGS 국가보다 더 나빠진다. LG경제연구원은 아예 우리가 지금 일본의 재정악화를 그대로 밟아간다고 말한다. 감당할 수 없는 복지로 치닫게 되면 기다리는 건 파국이다. 복지는 대가 없는 이전지출이다. 결국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는 망가진다. 이게 복지의 법칙이다. 남유럽의 위기, 일본의 재정 악순환은 바로 그 단적인 사례다. 복지국가라는 단어는 비록 아름답지만 냉정하다고 할 정도까지 절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3.길드 사회주의 유혹 떨쳐라

    당면한 과제는 역시 경제살리기다. 수많은 경제 주체들이 하나의 규칙 아래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를 무시한 채 모든 산업과 직역에서 경쟁 아닌 보호주의로 가자는 시대착오적 구호가 판치는 탓이다. 동반성장이니,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니 하고 말하지만 실은 시장경쟁을 거부하고 업종별 업태별 규모별로 보호막을 치겠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업종별 중소기업들이 생산자 조합을 만들어 시장을 분할하면 된다는 협동 조합주의가 넘쳐나고 있다. 동네상권을 위해 대형마트 입점 상인과 납품 농민의 눈물을 요구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결국 2조원의 예산을 들여 버스업계까지 지원하게 된 택시법 등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큰 시장을 버리고 작은 안방시장을 더 잘게 쪼개고 그 속에서 안분지족하며 살자는 중세 길드주의적 발상이다.

    지연 혈연 학연 같은 기득권과 특권을 없애야 경제가 살고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 자신의 밥그릇만 걱정하는 강성노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그래야만 비정규직 문제가 풀리기 때문이다. 치료방법을 환자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병원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호가 아닌 경쟁이 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새해는 길드 경제 아닌 자유경제로 가는 원년이어야 한다.

    4. 정치를 법치로 바꿔야

    법무법인 태평양 설립자인 김인섭 변호사가 최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법치주의가 악화됐다”고 진단한 것은 주목할 언급이다. 그는 질서를 무시하는 일상 생활과 법을 어기는 국회운영 등을 근거로 꼽았다. 물론 법치주의 실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4만달러 사회를 형성하는 기반이 법치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사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며 판단하는 기관에서 먼저 벌어진다. 국회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의 현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법을 날치기로 만드는 것은 다반사다. 18대 국회에선 해머와 전기톱 최루탄이 난무했고 공중부양까지 등장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마구잡이로 찍어내고 있는 것은 더욱 걱정스럽다. 무더기로 법률이 쏟아진다. 지난 4월 시작한 19대 국회는 이미 2720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의원 1명당 평균 9건의 법안을 만들었다.

    법정에서도 법치주의가 도전받는다. 판사들의 ‘제멋대로의 몰상식과 전횡’은 너무도 심각하다.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그 결과다. 법관 신상털기조차 난무한다. 법관도 그렇다. 법률이 마음에 안 든다며 위헌제청을 밥먹 듯한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싸우고 관료들은 법률을 밥그릇 밑천으로 삼는다. 4류 정치를 법치로 바꿔 가야 한다. 정치를 줄이고 법치를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 법이나 만들어내는 국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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