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84곳 추가 지정…새 정부 "낙하산 근절" 방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낙하산 인사'를 근절시킬 의지를 보인 가운데 내년부터 공무원이 퇴직 후 가면 '낙하산'으로 분류될 공직유관단체가 크게 늘어난다.

공직사회에서는 민간기업으로의 취업심사가 엄정해진 가운데, 새 정부의 낙하산 철퇴 방침으로 공직유관단체에 가기도 눈치가 보여 재취업 경로가 점점 좁아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31일 내년 공직유관단체 806곳을 지정, 관보에 고시했다.

공직유관단체의 숫자는 올해 722곳에서 12%에 달하는 84곳이 늘어났다.

새로 지정된 공직유관단체는 방송문화진흥회, 그랜드코리아레저, 강원랜드,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코레일관광개발 등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 임원들이 공무원처럼 재산등록·공개를 해야 하고, 민간기업 취업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선물신고와 주식백지신탁의 의무도 부과돼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유관단체는 정부가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하산을 내려 보낼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면서 "일부 단체는 특정 지방에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돼 있는 반면, 다른 곳에는 없어서 일관되게 정리한 결과 지정단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공직유관단체에는 한국은행과 공기업, 정부의 출자, 출연, 보조를 받는 기관ㆍ단체와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ㆍ단체 등이 포함된다.

지방공사와 공단 및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출연, 보조를 받는 기관ㆍ단체도 모두 해당되며, 임원 선임 시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이 필요한 기관ㆍ단체도 들어간다.

4급 이상 일반직 국가ㆍ지방공무원은 퇴직 후 공직유관단체에 재취업하면 민간기업처럼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해당 공직유관단체에서 퇴직하는 경우 공무원과 똑같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할 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직유관단체 이사ㆍ감사ㆍ이사장 등 임원은 또 공무원이었을 때처럼 재산등록도 해야 한다.

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 25일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동시에 퇴직 후 민간기업에 임의취업한 전직 공무원 33명에게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결정하는 등 민간기업에 대한 취업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내년부터 4급 이상 일반직 국가ㆍ지방공무원이 재취업시 취업심사를 받아야할 민간기업은 올해 3천766곳에서 3천961곳으로 늘어난다.

이들 공무원들은 자본금 50억원 이상, 매출액 150억원 이상 민간기업과 로펌, 세무ㆍ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경우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퇴직을 앞둔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민간기업도 웬만한 규모 이상은 엄격한 취업심사를 받고 나서야 갈 수 있는데, 공직유관단체에 가면 낙하산이라고 안된다고 하니 점점 재취업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큰 일"이라고 말했다.

작년 퇴직한 공무원 숫자는 1만9천423명이며, 정권교체기 자리를 내놔야 할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은 116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